세균성 이질과 콜레라 등 각종 전염병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연구, 백신을 개발하는 국제백신연구소는 한국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기구다. 이 국제백신연구소를 자체 채용한 경비원 2명이 지키고 있다니 그동안 사고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2명이 24시간 교대로 건물 내·외곽을 순찰하며 경비하고 있다면 한 명이 경비하는 셈이다. 백신연구소의 중요성에 비해 경비 상태가 너무 미약하다.
국제백신연구소는 한국정부가 연구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1998년 9월 외교통상부와 체결했다. 백신연구소는 외교 공관과 같은 치외법권을 인정 받는 기관에 속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건물 안전조치 문제를 서울대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다르다. 연구비 등 관련경비 지원만을 담당한다고 책임을 회피한다. 서울대 역시 “우리는 부지만 제공할 뿐 경비와 관리는 연구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모른 체 하고 있다.
하도 답답해 백신연구소가 서울 관악경찰서에 경비문제를 문의했더니 “경찰서에서 처리하기에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외교부를 통해 해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대학 구내에 경비 경찰을 상주시키기가 곤란하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1997년 설립된 백신연구소는 서울대 연구공원내 5천여평 면적에 신축한 지하 1층, 지상 5층의 본부건물에서 동물실험실, 최첨단 컴퓨터센터와 연구실 등을 갖췄다.
백신 연구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연구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경비가 철저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생화학 테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어 특히 그러하다. 그런데도 정부 부처가 경비문제를 서로 떠넘기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제기구인 백신연구소가 만일 일본이나 북한, 특히 북한에 있게 됐다면 어떻게 경비했을까. 한국처럼 2명이 경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 테러집단이 바이러스를 탈취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