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약

미약(媚藥) 춘약(春藥) 음약(淫藥)이라고도 한다. 당(唐)나라 땐 조정화(助情花)라고 했다. 요즘 중국에서는 황후애액(皇后愛液)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아마 당나라 현종을 재 색으로 사로 잡았던 양귀비를 상징하는 명칭인 것 같다. 명칭이 어떻든 이 모두가 성적 흥분을 도발하는 최음제다. 중국 정가 일각에 ‘음풍게이트’가 불었다는 어느 현지 특파원의 보도가 흥미롭다.

저강(浙江)성에서 발단이 된 음풍은 성(省)의 한 간부가 공금으로 대거 사들인 황후애액을 지난 4년동안 지방 및 중앙 고위층에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춘약을 뇌물로 준 관리는 승진하였지만 회계감사에서 이 사실이 밝혀져 말썽이 된 것이다. 중국 언론은 춘약뇌물을 거절한 고위층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게 문제라며 성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예부터 춘약이 발달한 나라다. 당나라 현종의 측근이었던 무신 안녹산은 조정화 100알을 바쳐 총애를 받게됐다. 명나라 때 나온 작자 미상의 소설 ‘금병매’엔 갖가지 춘약이 등장한다. 희대의 탕아 서문경(西聞慶)은 이러저런 춘약과 괴기스런 기구로 희대의 탕녀와 성적 유희를 탐닉하는 것이 중국 고대소설인 금병매다.

중국 춘약이 근래 왕래되는 관광객을 통해 국내에도 잠입한다는 소식이다. 아직은 확인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경계해야 한다. 원래는 가축의 암컷이 발정하지 않을 경우에 번식시키기 위해 먹이는 것이 흥분제, 즉 춘약이다. 이를 사람이 상습적으로 복용하면 딱 폐인되기 십상이다. 중국에선 자고로 ‘춘약폐인’이 많기로 정평이 나있다. 비록 소설이지만 서문경도 그랬다.

심하게 잘못 복용하면 그 자리에서 죽는 경우도 없지 않다. 현행 법률상으로는 춘약을 몰래 먹이면 강간죄가 성립된다. 중국이 근래 발달은 많이 하였지만 부패가 심해 골치를 앓고 있는 마당에 ‘음풍게이트’까지 등장한 것은 역시 중국형 부패라는 생각이 든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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