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구전(口傳) 자료의 현주소

전승력을 보유하고 있는 노인들이 명을 달리하였거나, 전승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음. 급격한 도시화로 상당량의 전설 대상이 사라지고 있음. 농촌공동체가 붕괴되면서 노동요가, 장례문화와 집짓는 공법의 변화로 의식요가 전면적으로 약화 내지 해체되기에 이르렀음. 주택개량으로 생활양식이 급변하면서 민속신앙 자료가 사라지고 있음.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세시풍속이 단절된 상태. 교통의 발달, 매스컴 접근의 용이성 및 루럴 엑소더스(Rural Exodos) 현상으로 지역 고유어가 변질되어 있는 상태임. 일부의 구비문학 자료는 변이된 양상으로 전승되고 있음. 이 같이 구비문학 자료가 소멸 또는 인멸되고 있어, 우리 문화의 건실한 기반이 무너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음. 이는 구비문학이 처한 상태에 대한 일반적인 문제제기이다. 어쩌면 이 문제제기 조차도 진부한 공언(空言)일 수도 있는 실정이다.

의정부시 15개 동 전역에 대한 구비문학 및 민속자료 수집을 실시하면서 다시 한 번 절감하였다. 10여 년 전의 전답에는 아파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전설의 대상물과 풍속은 이미 전승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노동요와 의식요의 선소리를 매기던 분은, 몇몇 분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연촌명 또한 그 유래는 잊혀지고, 이름만 어렵게 몇몇 분의 기억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40여 년 전부터 기록한 대동계 장부, 전승자가 명을 달리하기 전에 녹음으로 남겨 놓은 노동요와 상여소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 무엇에 견줄 수 없는 행운이었다. 또한 구비문학 본래의 성격은 퇴색한 상태이지만 현재성이 담겨 있는 자료를 만날 수 있었던 점은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구비문학이 위기에 처한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발로 뛰다보면 그래도 지켜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구비문학이 민중의 삶의 표정이 절절하고 진실하게 담겨 있음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아울러 우리 민중들의 생활의 지침이 되고, 지역민들 끼리 정서를 공유함으로써 연대감을 돈독케 하는데, 큰 몫을 차지한다. 구비문학의 저력이 어디 그뿐인가? 지역민들의 정체감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한민족 구성원들의 삶의 근원적 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전면적인 현지채록에 입각한 연구가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백운화.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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