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땡볕을 길가의 작은 나뭇잎들이 받아내고 있다. 작은 바람이 있는 날이면 여유로이 찰랑찰랑, 그렇지 못한 날이면 더욱 더 강렬하게 여름의 더위를 그 작은 잎으로 되받아 던지고 있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는 크고 작음이 따로 없다. 그래서 최후의 승자도 최후의 패자도 없다. 때로 그것이 맞설 수 없는 것이면 기꺼이 안아버리는 용기와 지혜가 자연에게는 있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더운 여름날 풀벌레의 노래 소리가 더 커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법무부장관이 전국 검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검사의 한사람으로서 받았다. 장관의 표현에 의하면 ‘말걸기’를 해 온 것이었다.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느낀 검찰에 대한 기대감과 애정을 마빈 르로이 감독의 영화 ‘마음의 행로’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에 비유한 글에서 따뜻한 감동과 함께 검찰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명감을 다지게 되었다. 더불어 장관과의 새로운 공감대로서 대화가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
우리들은 어색한 사이,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데 인색하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생활 속에서 많은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 이러한 매체를 통한 대화는 그 대상이 대화자의 선택에 의해 제한되며 언제든 대화자가 원치 않을 때 중단할 수 있는 일방적인 속성을 지니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감정에 따라 중단하는 대화가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지속될 수 있는 진정한 대화가 필요하다. 그 동안 우리는 각계각층에서 서로의 생각을 외쳐왔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러한 외침은 ‘관계’라는 연결고리 없이 일방의 메아리로 사라지기도 했다. 어쩌면 치열한 경쟁과 빠른 포기로 지치고 단절된 이 시대의 아픔이 진정한 대화의 회복에 의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의 우리 검찰은 우리를 향한 국민들의 애정어린 외침에 힘입었다. 이제 그 값진 외침이 헛되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우리는 요즘 시민들을 향해 말걸기를 시작했다. 최근 우리 검찰이 도입한 시민모니터요원제, 시민옴부즈만제가 그것이다. 우리의 이 ‘말걸기’에 미소로 응답해 줄 동반자를 기대해본다. 이어 이어지는 대화 속에 검찰의 미래와 이 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김인호.수원지검 고양지청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