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미술관에 갔었다. 그 곳에서 십여년 전 안성 ‘미리내 성지’ 아랫마을에서 함께 살았던 공예가를 만났다. 옛님을 만난듯 반가웠다. 그의 눈빛은 세월의 두께에도 주눅들지 않고 살아있었다. 전업 작가로 버티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그는 여전히 꿋꿋하였다.
나는 예술가들을 귀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대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스스로 타고났건, 또는 남달리 노력을 하며 감성훈련을 쌓아왔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하여 민감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온몸으로 시대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람과 사람이 만든 세계를 틀 지우고, 그 틀 속에서 만들어진 규범을 강요받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한다.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물론 간혹 얼치기 예술가들이 그들 속에 섞여있긴 하지만. 그래서 예술사회학에선 그들을 ‘녹색지대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보다 자연스럽게, 보다 자유스럽게 한 시대를 호흡하기 위하여, 안으로는 자기세계에 침잠하는 한편, 밖으로는 쉼없이 한 사회를 옥죄는 정치적, 윤리적 터부에,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맞선다.
이들이 자신과 사회에 대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하나로 모아 논리적으로 펼치며 대응하면 예술운동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고 혼자서 좌충우돌하면 예술가들의 기벽 또는 기행으로 비추어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느낌과 주장 그리고 작품과 행동이 논리적이건 비논리적이건, 그것은 일반 사람들의 삶 및 그 삶을 있게 한 조건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일반 사람들이 미처 느끼지 못한 것을 먼저 느끼고, 먼저 아파하고, 먼저 치유책을 찾아간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 이해하며, 예술가를 귀하게 품고 사는 사회는 새로운 가능성이 늘 열려있다.
/양원모.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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