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른살된 아들의 결혼식을 치렀다. 그동안 많은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우리나라 결혼문화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겨왔지만 구체적인 생각을 하지는 못했었다. 막상 내게 닥치고보니 하나 하나 점검해보면서 불합리한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님을 알게되었다. 일생에 한번 있는 신성한 결혼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체면문화와 상업주의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혼예식은 장성한 남녀가 부모를 떠나 독립하여 한 몸을 이루게됨을 일가친척 친지들 앞에서 선포하는 선언적인 의미를 담고있어야 하는데 신랑신부 입장부터 마음에 걸렸다. 신부가 아버지에게 이끌려 들어온다. 그리고는 혼자 씩씩하게 걸어나가서 기다리고 있는 신랑에게 넘겨진다.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의미라면 신랑도 부모와 함께 입장해야 할 것 같다.
폐백은 또 어떤가. 양가 친척들만 모인 자리라면 신랑신부가족 모두 폐백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요즘 결혼식엔 가족외에 하객들이 더 많다. 그렇다면 신랑신부가 함께하여 축하하며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피로연이 되기위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신랑쪽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결혼식은 신부의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뜻과 의미는 사라지고 보이기 위해, 과시하기 위해, 무엇보다 딸이 사랑받게 하기위해 분수에 지나친 예단을 남에게 뒤질세라 하게된다. 친척들이 한마을에 살지도 않고 더구나 분가해서 사는 핵가족시대에 이바지는 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호주제 폐지’가 코앞에 와있는 이때 신부가 신랑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결혼이라는 전통적인 사고를 점검해보아야하지 않을까? 결혼식에서 부터 남녀평등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면 양성평등은 구호에만 그치게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이 오래전에 예견했던 21세기 여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YWCA에서는 앞으로 3년간 ‘여성이 만드는 건강한 세상’을 주제로 운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건강한 생활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양성평등한 50/50사회가 되어야한다.
다행히 겸손한 사돈댁을 만나서 아들결혼식엔 우리의 생각이 잘 받아들였지만 올 가을에 결혼하겠다는 딸에게는 어떻게 적용될지 자신이 없다. 특별히 여성주간을 맞이하여 양성평등은 한 가정이 탄생되는 결혼식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유은옥.수원 YWC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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