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법과 여론사이

몇년 전인가, 미국 서부의 새너제이 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시립 도서관의 정기 간행물 열람대에 놓인 ‘플레이 보이’, ‘펜트하우스’ 등의 성인용 포르노 잡지 정기 간행물들이 인기를 누리는데, 문제는 독자들이 주로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머큐리’신문은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힙입어 연일 특집기사로, 사설로 시립 도서관을 질타했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이 시민의 자녀들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이 문제에 대한 시립 도서관의 입장은 아주 당당했다. “도서관당국은 최근의 일부 잡지와 관련된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이 문제는 ‘구입도서선정위원회’의 다음 정례회의에서 충분히 검토될 것이다. 위원회의 별도 결정이 있기 전까지 문제가 된 성인 잡지들은 그대로 열람대에 놓여 있을 것이다.”

시립 도서관장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도서관에 비치하는 책의 선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때그때의 여론에 의해서 원칙이 무너질 경우에 우리 사회가 입게되는 폐해를 아이들이 포르노 잡지를 볼 때의 악영향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한 것이다. 공산주의나 반기독교적 서적들의 도서관 반입금지 조치가 우리사회에 결코 유익하지 않았다는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병역의무는 회피한 채 국내에서 가수활동을 하려는 유승준이라는 젊은이의 문제로 시끄럽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은 그의 입국불허 방침에 찬성의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그의 입국을 불허할 정당한 법적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론을 앞세워 그의 입국을 막아 옳은가. 유승준이 입국하여 그전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여론 재판은 옳지 않은 것이며 여론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제도와 법으로 구체화 되어야 한다. 법에 의하지 않고 여론으로 애매하게 응징할 경우에 우리 사회가 입는 피해는 그들을 처벌하지 못해서 우리 사회가 입는 피해보다 아마도 훨씬 더 클 것이다.

/오병익.경기도의회 경제투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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