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늦잠, 삶의 여백 속에 언뜻언뜻 스치곤 하던 탁 트인 들판을 가슴 가득히 담아보고, 별 생각 없이 의정부시 제일시장 길도 걸어 보았다. 실로 오랜만에 맞이하는 한가한 토요일이기에 누릴 수 있었던 호사였다. 게다가 영화 한편에 눈물도 흘려 보았으니, 최소한 내 기준에서의 문화적 충족감을 만끽한 하루였다.
혹자가 치기(稚氣)어린 값싼 감성으로 치부할 할 수 있는 눈물을 흘리게 한 영화는, 오종록 감독의 처녀 연출 작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이다. 태일의 첫사랑 일매를 사수하는 멜로물을 코믹하게 만든 작품이다. ‘生則必死(생즉필사), 사즉필생(死則必生)’의 자세로 첫사랑을 사수하기위한 태일의 열정과 그 사랑을 숭고하게 받아주는 일매와의 사랑이야기다.
전국 30만등인 태일에게 일매의 아버이자 자신의 학교 학생부장인 영달이 전국 3천등 안에 드는 것에 이어,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일매를 시집보내겠다는 제의에 코피를 쏟는 그 진지한 모습에 눈물을 흘린 것이다.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에 갈채를 대신하는 눈물이었을 게다. 이런 눈물이라면 ‘눈물도 참 흔하다’는 지청구를 들어도 할 수 없지 싶다.
오늘날의 현실 속에는 원하는 것을 얻고자 취하는 양태도 퍽이나 다양하다.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눈물은 커녕 근심만 앞서게 하는 것이 있다. 철도파업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의 불법·폭력시위가 그것이다. 정부의 경찰력 투입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합세, 임단투(賃團鬪)와 대(對)정부 투쟁을 병행한다니 설상가상이다. 국민을 볼모로 자신들이 취하고자 하는 것만, 취하면 된다는 식의 모습에는 결코 눈물을 보낼 수 없다.
더욱이 지난 4월 철도구조개혁안 협상 때 노조의 뜻을 대폭 수용, 철도 민영화에서 공사화로, 철도청 직원 선별적 고용승계에서 100%고용승계로, 정년보장 명문화로 추진 목표를 대폭 낮췄단다. 그런데도 철도노조 측은 공무원연금을 계속 받아야겠다고 한다니, 철도노조 측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행태는 노조문화를 퇴보시키는 것 같아 안타까워 눈물이 난다.
/백운화.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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