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이 지났다.
이번 가정의 날을 보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단연 손학규 경기지사의 ‘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0년 가까운 기자생활중 1천만 도민의 수장인 도백이 덩실덩실, 혹은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을 과거에는 보지 못했다.
손 지사는 지난달 8일 공관으로 관내 독거노인들을 공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만인의 ‘아들(?)’로 고전적인 춤사위를 선보여 흥을 돋구었으며 26일에는 도본청 공무원들의 한마음 수련대회에 참석, 직원들의 ‘아버지(?)’로서 신세대 취향에 맞는 다이나믹한 디스코 솜씨를 뽐내 심신이 지친 직원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러 넣었다.
세살 코흘리개 시절에 아버님을, 민주화 운동과정이던 20여년전 어머니마저(손 지사는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수배중 체포됨) 여윈 손 지사 마음에는 연로하신 모든 독거노인들이 부모님이었을 것이다.
또 유학시절 두딸을 얻었으나 그중 하나를 잃은 손 지사에게 있어 1천여명의 도청 직원들은 자식들과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가정의 달을 맞아 만인의 아들과 아버지로서 많은 것을 갈무리하며 춤을 추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같은 손 지사의 행동을 ‘가장’으로서의 역할로만 보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버이날 춤을 두고 일각에서는 ‘많은 노인복지시설들이 텅 비어었는데 지사라는 분이 특정 노인들만을 모시고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일부 노인들만 챙기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지적도 제기됐고 일부에서는 ‘손 지사가 향후 행보를 위한 포석차원에서 노인들을 의식한 행사였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한마음 수련대회에서의 디스코에 대해서도 ‘1천만 수장이 흥에 겹다고 너무 가볍게 행동한 것 아니냐’, ‘공무원들로 부터 터져나온 ‘손학규 짱’이라는 외침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식의 지적도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들려왔다.
도백의 행동이었으니 찬반, 혹은 칭찬과 비판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손 지사의 이런 행태가 공직사회의 권위의식을 조금씩 타파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도의 한 직원은 이런 손 지사의 ‘춤’과 관련된 언론보도가 나가자 “과거 어느 도백이 이렇게 자유스럽게 직원들과 도민들에게 다가갔느냐”며 “손 지사의 장점이 바로 저런 것 아니냐”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또다른 직원도 “폐쇄적이라는 공직사회를 개혁하는 것은 오너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며 “도지사가 경직된 사고로 일관한다면 과연 공무원 조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손 지사의 춤의 의미를 해석하기도 했다.
가정의 달, 손 지사는 여론이야 어떠하든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무엇인가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 것 만은 분명하다.
6월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선열들을 기억하는 보훈의 달이고 7월은 손 지사가 취임 1주년을 맞는 달이다.
다가오는 새로운 달에 손 지사가 어떤 행태로 또 다른 메시지를 보낼 지 자뭇 궁금해 진다.
chkim@kgib.co.kr
김 창 학 정치부 차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