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 미술과의 첫 만남이 있다. 하얀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형체를 그리던 경험은 신선한 충격의 시작이다.
급변하는 세상과 함께 미술의 장르 또한 섬세하고 다양한 양식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2차원의 평면 회화가 자리잡고 있다.
작가의 창작혼이 머리에서 손마디를 통해 재현되는 구상과 비구상의 작품들은 미술의 시작이자 출발이다.
광주 영은미술관은 줄기차게 회화에 매진하는 작가 박한진 안창홍 김지원 정수진씨를 초대, 29일부터 7월20일까지 기획전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그리는 회화-혼성회화의 제시’란 타이틀로 열리며, 미술사를 주도해 온 회화 작가의 이성과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먼저 박한진씨(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연의 풍경을 통해 작가의 감흥을 동양적 화풍으로 담았다.
나무기둥이나 부서진 자동차 등 문명 비판적 질료의 표면 위에 거친 에너지의 붓 터치로 문명의 산물과 자연의 심성을 대비해 표현했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은 캔버스나 종이 위에 소박한 자연의 풍경을 담아 내고 있다.
나이 이순의 박씨는 환경과 계절 변화에 민감한 자연물의 생생한 느낌을 연륜과 경험에서 묻어 나오는 관조의 마음으로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또 안창홍씨는 문명, 인간, 생물에 내재된 자연 회귀적 작품을 선보인다.
오래된 사진 위에 그린 작품은 추억, 기억으로 소멸되고 생성되는 시간성을 감성적이며 시적으로 표현한 것.
특히 안씨의 작품 ‘박물관 컬렉션’은 자연이 둘러쌓인 양평 작업실 주변의 식물, 곤충, 새의 잔해들과 버려진 장난감을 각각 하나의 화면 안에 그려 넣은 것으로 문명 오브제와 자연물의 조화를 상징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지원씨는 형상과 추상, 사회와 개인적 일상, 상황과 환경이란 중첩코드를 통해 일상의 삶 속에 다양한 정체성이 담긴 회화를 보여준다.
김씨는 벽이나 맨드라미 등 주변의 오브제를 통해 개념회화와 감상회화의 이중코드를 제시한다.
한편 정수진씨는 회화의 색, 면, 터치라는 기본 구성요소를 역사적 오브제, 인물 등을 다양한 구도로 배치시켜 회화의 새로운 조형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큐레이터 배명지씨는 “이번 전시는 형상과 비형상, 정신과 물질, 이성과 감성이란 이분법의 회화가 아니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문명과 우주라는 자연환경이 일치된 회화의 본질을 보여주고자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761-0137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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