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

국립공주박물관에 강도가 침입, 국보 및 국보급 문화재 4점을 강탈해 달아난 사건은 한 마디로 당국의 안이한 문화재 관리와 총체적인 보안 불감증이 빚은 불상사다. 국보 19점, 보물 4점 등 1만여점의 문화재를 전시·보관하고 있는 국립박물관으로서는 방범 체계가 너무 허술했다.

현장상황을 모니터로 통제하는 종합방제실이 없고 사건이 발생한 1층 전시실에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감시용 폐쇄회로 카메라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방범을 담당하는 전담직원이 없고 야간 당직 또한 1명뿐이었다. ‘국립’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스럽다. 공주박물관의 방범 및 보안관리 수준이 금은방이나 가정집보다 못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전국 각처에 있는 공립박물관들이 걱정스럽다.

종합방제실을 두고 방범전담 직원들이 박물관 안팎을 전체적으로 감시하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뿐이다. 지방박물관은 학예사들이나 시설보수를 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방범업무까지 함께 하고 있다니 지금까지 무탈한 게 다행이다.

1994년 이후 도난 당한 지정 및 비지정 문화재는 188건에 7천 403점이다. 그러나 국립박물관에서 문화재가 강탈된 것은 처음이다. 도난 당한 문화재 중 회수된 것은 34건 608점에 불과하다. 경주의 경우 신라왕릉 36기 중 11기가 도난 당했다.

이번에 강탈 당한 문화재 중 ‘공주의당금동관음보살입상’은 7세기경 백제시대의 걸작이다. ‘청자상감포류문대접’ ‘청자상감국화문고배형기’는 고려시대의 유물이다. 이들 문화재가 외국으로 밀반출되거나 공식적인 경매를 통해 팔릴 가능성은 없다고 당국은 밝히고 있지만 그렇게 안이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최근 복제품 문화재를 관광상품이나 선물용으로 구입해 출국하는 사람들이 많아 출입국시 검색을 심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불화 등 우리나라와 일본 국경을 넘나들며 유통되는 문화재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1996년 6월 개관한 경기도박물관에는 5천500여점의 문화재가 보관돼 있다. 청경 8명이 철저히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공주박물관과 같은 불상사가 없도록 더욱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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