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시화호의 제2의 죽음(?)

시화호는 살아 있다. 지난 92년 바다물이 빠져 나간 간석지에 이미 각종 식물이 여기저기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인간이 망쳐 놓은 갯벌은 자연의 위대한 복원능력을 통해 새롭게 정화되기 시작했으며 풀 한포기라도 살아야 인간도 살수있다는 교훈까지 가르쳐 주고 있다.

갯벌이 드러나면서 발생한 염분 흙먼지로 인해 시화호 주변지역의 농작물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경험했고 반월·시화공단에서 마구 버린 폐수로 인해 바닷물이 오염돼 각종 조개류가 죽어 거대한 조개무덤을 만들어 놓은 모습도 보았다. 오히려 인간이 파괴한 바다를 자연은 되살리고 있으며 실제로 염생식물인 갈대와 육상식물인 객개비취 군락이 자연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폐수로 인해 홍조·녹조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던 시화호가 바닷물의 유입을 통해 자연 스스로 정화돼 바다는 맑은 모습으로 변했고 일부 지역에는 벌써 바지락이 자라 주민들이 많은 양의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법칙에 의해 정화된 시화호가 제 2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시화호를 둘로 나누고 있는 철탑을 비롯, 남측간석지의 농경지 조성사업 등이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고있다. 생태계 변화는 철새들에게서 알게 되었다. 새는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한다. 새들은 왜 사람이 사는 곳을 배회하며 인간과 가까운 곳을 찾아 살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은 오랜 세월 철새를 관찰하며 지켜본 지 10년이 넘어서야 새들과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삶과 똑같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이 자연에 의해 만들어졌고 자연의 좁은 공간에 철새는 물론 동물들과도 똑같이 살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들이 인간 주변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이 먹고 살기 위해 짓는 농작물이 그들의 먹이 이며 인간과 자연이 공유해야하기 때문이다.

시화호에 갯지렁이과 어패류가 살아나자 이들 철새도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철새는 자연환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지난해 시화호 철탑건설로 인해 철새무리가 반으로 줄었다. 철새 때문에 농사를 다 망친다는 소리까지 많아 지고 한쪽에서 철새들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잡아서는 안된다는 소리등 서로 상반된 목소리 속에 시화호의 생태변화는 우리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최종인.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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