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 곳은 너무 춥고 어두워요. 그래도 다시는 몸을 팔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아요.”
이 말은 2002년 2월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 사건 당시 희생자 추모시 가운데 한 부분이다. 몸만 팔지 않아도 된다면 아무리 춥고 어두워도 괜찮다는 그녀들. 구구절절 사연이야 많겠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한 번만 발을 들여놓게 되면 기본적으로 지게되는 선불금과 각종 벌금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에 치여 목숨까지 내놓아야했던 그녀들의 슬픈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1961년에 ‘윤락행위등 방지법’을 제정하여 분명히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전국의 요소요소마다 성매매업소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성매매된 여성들은 그 고리를 끊기 위해 포주를 고소하여도 오히려 그들이 처벌받기 보다 성매매된 여성들만이 주로 처벌되어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과 같은 족쇄를 차게 된다. 이런 현실을 40여 년 동안이나 방치한 결과 급기야는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와 같은 참사가 발생하기에 이른 것이다. 화재로 희생당한 그녀들이 있었기에 심각한 인권사각지대인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성매매된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새움터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200명에서 1천명 이상의 대규모 성매매업소 집결지역은 43개 이상이나 분포되어 있고, 200명 이하인 지역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최소한 4만 명 이상의 여성들이 성적 인신매매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가정집 근처에까지 스며든 티켓다방, 전화방, 노래방 도우미, 퇴폐이발관 등을 포함하면 수십만 명 이상의 여성들이 성매매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는 31개의 시와 군에 기지촌, 유리방, 방석집 등의 성매매 집결지역이 6곳이나 있는 데다 전국 34개의 미군기지 가운데 65%에 달하는 22개의 미군기지까지 주둔하고 있어서 미군에 의한 각종 범죄는 물론 기지촌의 성매매와 인권침해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형편이다.
흔히들 성매매를 매춘(賣春)이라고 말한다. 우리말로 보면 분명 봄을 판다는 말이지만 그녀들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봄을 팔다니요. 우리는 죽지 못해 강제로 생명과 인권을 팔고 있어요’ 라고.
/권은수.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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