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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음달 1일 관객들을 찾는 영화 ‘별’(제작 스타후릇)은 밤하늘의 별을 매개로 연결되는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한국적인 서정성을 대자연 속에서 풀어내 보겠다는 감독의 의도는 적어도 절반이상은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지금까지 150여 편의 영화에 참여했던 ‘영화계의 산증인’ 전조명 촬영감독은 소백산 연화봉의 광활한 자연을 가슴 벅찰 만큼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영우가 가을 들판을 달리는 모습이나 넓은 화면으로 잡아내는 설원의 장관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장면. 고아로 외롭게 자란 영우(유오성)의 취미는 밤 하늘의 별을 보는 것. 착하고 순하기만 한 그의 유일한 말동무는 강아지 알퐁스다.

영우는 통신회사의 기술자로 일하며 성실한 태도로 직장에서 인정을 받지만 동료들은 그를 이용하려고만 하고 그럴수록 그는 마음을 터 놓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한다.

그런 영우에게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첫사랑이 있으니 그녀는 바로 털털한 웃음과 새침한 눈빛이 매력적인 수의사 수연(박진희). 영우는 알퐁스를 핑계로 수연 곁을 맴돌지만 쉽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용기를 낸 영우는 수연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수연은 이를 받아들이지만 엇갈린 운명은 둘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

수연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괴로워하는 영우. 그는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 오지 근무를 자원해 알퐁소와 함께 소백산으로 향한다.

그 곳에는 어린 아들을 잃어버린 아픈 과거를 가슴에 담고 있는 노부부가 살고 있는데… 장대한 화면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평작에 그치고 마는 것은 그다지 흥미를 주지 못하고 단선적으로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 때문. 밋밋한 대사는 신파로만 느껴질 뿐 울림을 주지 못하고 간혹 등장하는 무리한 설정이나 상투적인 인물들은 관객들이 영화속에 빠져있는데 방해가 된다.

멜로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유오성의 모습도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해 보인다. 영우와 함께 소백산에서 근무하는 동료 진수로 출연하는 공형진의 애드리브나 노부부로 출연하는 이호재-김영애의 열연이 영화의 이런저런 단점으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감독은 ‘동승’의 조감독 출신 장형익.

■나비

나이트클럽 ‘제비’로 살아가던 민재(김민종)는 옛 애인과 마주친다. 그는 과거의 은지(김정은)가 아니라 군부 실력자 허대령(독고영재)의 애첩 혜미로 변해 있었다.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불태우지만 허대령의 음모로 민재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제목 ‘나비’는 민재와 은지가 고향에서 이별하기 전에 사랑의 증표로 가슴에 똑같이 새긴 문신의 모양. 볼품없는 번데기에서 화려한 날개를 퍼덕이며 비상하는 나비처럼 폼나게 살아보고 싶던 주인공의 꿈을 상징한다.

삼청교육대의 인권유린 재현 시도, ‘흑수선’ 비주얼 디렉터를 맡았던 김현성 감독의 고감도 영상, 조연들의 양념연기 등은 높이 살 만. 그러나 이 요소들은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린다. 눈물 속에 웃음을 버무리는 화학적 공식을 아직 깨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김정은표 코믹 연기’라는 상품가치를 완전히 포기하기가 아깝다고 생각했을까. 김정은은 모처럼의 변신 기회를 맞고도 관객들의 눈에 박혀 있는 드라마와 CF의 잔상을 지우지 못했다.

■엑스맨2

30일 전세계 관객들을 만나는 영화 ‘엑스맨2’가 다른 ‘OO맨’ 시리즈들과 다른 것은 철학이 있는 액션영화라는 점이다.

감독은 ‘유주얼 서스펙트’로 재능을 인정받았던 브라이언 싱어.

사회로부터 내몰린 돌연변이들과 보통 사람들 사이의 대립이라는 갈등축이나 강한 개성의 뮤턴트(Mutant·돌연변이)들이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설정, 서로 다른 두 부류가 공존할 것인가 대립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등은 ‘엑스맨’ 시리즈가 다른 액션영화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 마블 코믹스의 원작만화가 처음 세상에 나온 60년대 초가 흑인과 소수민족의 권익 옹호의 소리가 높았던 시기인 것을 생각하면 액션영화의 돌연변이가 탄생한 것에 대해 수긍이 간다.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유전자 기술의 발달로 초인간적인 능력을 지닌 뮤턴트들이 생겨나고 이들은 인간들의 편견 속에 소외당하며 살아간다.

뮤턴트들의 능력을 두려워한 인간들은 급기야 이들을 등록시키고 관리하는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서 통과시키려하고 이 와중에 뮤턴트 혐오주의자와 공존론자 사이에서는 격론이 벌어진다.

여기에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뮤턴트에 의해 대통령이 암살당할 뻔하자 뮤턴트들은 점점 궁지에 내몰린다.

한편 초능력 학교의 어린 뮤턴트들과 함께 반격을 꾀하던 울버린은 스트라이커가 돌연변이 추적장치 ‘세레브로’를 이용해 뮤턴트들을 몰살시킬 음모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되는데…

‘엑스맨2’의 가장 큰 매력은 각기 다른 초능력과 개성을 지닌 뮤턴트 캐릭터들과 이들의 능력과 관련된 스펙터클. 불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파이로나 모든 것을 얼려버릴 수 있는 아이스맨,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울버린, 폭풍을 불러일으키는 스톰과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뿜어내는 사이클롭 등 뮤턴트들의 초능력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두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

그렇다고 영화가 부담스러운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치장이 됐다고 할 수도 없을 것같다. 돌연변이 나이트 크롤러가 숨어있던 성당의 음침한 분위기나 캐릭터들의 겉모습과 어울리는 배경의 색감, 세레브로가 사용될때의 장관 등은 상상력 없는 CG만으로 연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상록수 등 5개作 칸 영화제 초청

다음달 14∼25일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제56회 칸 국제영화제의 초청작이 23일(한국시각) 오후 발표됐다. 장편 경쟁부문 20편 중에는 프랑스 영화(6편)와 미국 영화(3편)가 강세를 띤 반면 아시아 영화는 이란 1편, 중국 1편, 일본 2편, 터키 1편 등 모두 5편만이 포함됐다.

한국 영화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전수일 감독의 ‘파괴’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홍기선 감독의 ‘선택’ 등은 초청작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 영화는 공식 초청작의 비경쟁부문이나 ‘주목할 만한 시선’ 등에도 진출하는데 실패해 올해 칸을 찾는 우리 영화는 전선영 감독의 ‘굿나이트’(비평가 주간), 신상옥 감독의 ‘상록수’(회고전), 단편 ‘사연’(박종우·감독주간)과 ‘원더풀 데이’(김현필·시네파운데이션), 특별상영 형식으로 소개되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비평가주간) 등 5편에 그쳤다.

일본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밝은 미래’와 여성감독 나오미 가와세의 ‘사라소주’ 등 두 편의 영화를 출품해 작년 한 편도 리스트에 올리지 못했던 한을 풀었으며, 중국은 중국 6세대 감독 로우 예의 ‘자주빛 나비’가 포함됐다.

개막작에는 제라르 크라브지크 감독의 ‘팡팡 라 튤립(Fanfan la Tulipe)’이 선정됐으며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복원판이 폐막식을 장식한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는 17일 칸 현지에서 한국영화의 밤을 개최하며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도 ‘오아시스’ 감독 자격으로 칸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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