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가 약 7조 1천억원(GDP의 1.4% 수준)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러한 막대한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통령에게 중·고교 예체능 과목의 평가 방식의 전환을 보고하였다. 즉 수·우·미·양·가 식으로 성취도를 매기거나 과목 석차를 내는 대신에 ‘서술형평가’ 또는 과목 이수 통과 여부만을 기록하는 ‘성패(Pass/Fail)평가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교육비는 대학에서 가중치를 부여하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소위 말하는 주요 과목 과외 공부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걱정하는 내신 성적을 위한 예체능 과외의 대부분은 교육열이 가장 높으며 비교적 경제력이 있다는 사람들이 살고있는 강남의 도련님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보통사람들은 초등학생 자녀에 국한시켜서 부족한 전인교육을 보충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피아노, 태권도 교육 등이 예체능 과외의 전부이다. 아마도 초등학생 시기에 자율적인 마음으로 실시하는 예체능 과외가 풍부한 정서 함양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기초가 된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 7차 교육과정에서 실시하게 되어있는 학생에 의한 교과목 선택 등은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의 현실을 고려할 때에 예체능 교육의 기회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예체능 교육환경 속에서 만약에 서술형 또는 성패형 평가방식이 학교 현장에 적용될 경우 부족한 예체능 교사의 업무는 늘어날 것이며, 예체능 교과목은 내신 성적에 반영되지 않아 올바른 수업 진행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한 예체능 과목의 평가방식의 전환은 숲을 보지 못하고 일부분의 나무만을 관찰한 결과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의 보편화로 점차 약화되어 가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생각할 때에 오히려 예체능 교육을 올바르게 강화하는 것이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선우 섭 (경희대교수.스포츠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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