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앙집중화는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경제적인 부의 수도권 집중은 수도권 인구의 과밀과 그로 인한 주택, 교통, 환경, 교육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 권력의 중앙집중은 지방정치를 질식시키고 있다. 지역특색에 맞는 지방정치를 실현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과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중앙정치의 눈치를 살피느라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지방정치인들이 지방자치선거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각 정당의 지구당 위원장에게 줄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정치인 스스로도 지방정치를 중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지방분권과 관련된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방정치인들과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지방분권 실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으로 여겨진다. 지방분권은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과 지역 실정에 맞는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지방분권을 요구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지방 정치인들이 각종 비리와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지방정치인들의 부패와 관련된 각종 문제는 지방자치제도의 무용론마저 갖게 한다. 또한 지방의회의 파행적인 운영 등은 지방의회 의원들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앙정치의 좋은 점은 배우지 못하고 못된 점만 배운다는 시민들의 냉소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제한적인 지방자치제도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지방분권으로 인해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되는 지방정치인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 지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지방분권 실현은 지방자치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되는 것은 틀림없다. 하나 지방자치의 발전은 지방분권 실현만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지방정치인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고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 등의 제도적 장치의 보완과 설치가 필요하다. 지방정치인들은 중앙정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의 눈을 바라보며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지역민들도 ‘지역의 발전은 정치인들이 아닌 지역민들이 한다’는 마음으로 나설 때 참다운 지방자치는 이루어 질 것이다.
/박길상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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