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것도 없이 민주국가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차이를 보이고 그 차이를 토론 그리고 협상과 타협을 통해서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정책에 또는 정치에 반영하게 되어 있는 바, 많은 사람들의 견해차이는 어쩌면 민주주의의 생명이고, 또 토론, 협상·타협을 거쳐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요체이다. 그리고 정책에 의하여 지지를 결정하여야지, 정치지도자 또는 당의 지도자가 어느 지역의 출신자인가 또는 어느 지역을 배경으로 한 정당 출신인가에 따라 생각 내지 지지자가 다르게 된다는 말하자면 지역감정을 기반으로 하여 나오는 의견차이는 나라 발전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선거에서 자기 지지자를 영원히 자기편으로 묶어두기 위하여 양보도 타협과 협상도 안하고, 계속 대안없는 파괴적 비판만 한다면, 비판하는 것이 어떤 문제를 풀면서 앞으로 나가기 위한 토론적 비판이 아니라, 자기가 계속 당선되려는데 목적을 둔 비판이다. 이런 태도에 상당수 국민이 호응하고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불행하게도 원초적 지역감정과 집단적 이기주의가 암암리에 도사리고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고, 정치인은 그것을 모를리 없다.
국민의 사회적 통합을 통한 나라발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언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은 여러번 지적한 바 있지만, 그 구도를 스스로 깨려는 노력보다 자기에게 유리한 배경을 무슨 확신같은 것을 가지고 언행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TV에서 신경정신과 의사의 말이 실감난다. A는 자기가 병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 치료가 가능하나, B는 병들어 있는 자기를 온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는 말은 어쩌면 우리 정치현실에도 타당성이 있는 말인 듯 싶다.
자기 자랑같아 대단히 송구스러우나 나의 고등학교 1년때의 일이다. 반장선거 결과 나는 26표 또 한 사람은 25표, 나머지는 기권이었다. 한표차이로 내가 당선되었지만 나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낙선된 사람들의 운동원, 그리고 지지자들이 대안이 있나 없나, 잘잘못을 덮어두고 오직 비판만 하고, 반대만 하면 어떻게 하나 였다. 고등학교라 뭐 심각한 문제는 없었고, 다행히 선거가 끝나자 감정을 다 털어 버리고, 어울리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끝까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지 않고 의견을 경청하고 설명하고 설득하였더니 원만히 몇가지 협조를 얻을 수 있었던 기억을 한다.
우리 속담에 엎지른 물 도로 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다시 담을 수 없는데도 물을 쏟은 것을 끝없이 문제 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어느 편을 두둔하는 것이 될까. 물론 항아리의 물을 과실로 엎질르는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앞으로의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민족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고, 정치지도자의 통치행위(정치문제)의 차원이라면 물고 늘어지지 않는 비판,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정도의 사실 규명은 필요하고, 또 그것으로 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즉 그 정책의 당부는 멋 훗날 역사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정치가 더 이상 국민을 분열시키거나 불안하게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정치인들은 어떻게 언행하는 것이 국민의 사회적 통합에 이바지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주기 바란다. 특히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맹목적이 아닌 국가발전을 위하고 국민을 안정시키는 것인가를 언론기관은 깊이 고려해서 보도해 주기 바란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