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난방은 구들식으로 방마다 아궁이가 있고 굴뚝도 여러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서양의 난방은 벽난로식으로 한두개의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중앙집중식으로 되어 있다.
굴뚝의 높이는 지역에 따라 달라 남부지방으로 내려올수록 낮아지는데 취사보다는 난방이 중요한 북쪽에서는 많은 열을 내도록 굴뚝이 높고, 취사가 위주인 남쪽지방에서는 굳이 굴뚝을 높이 올릴 필요가 없어 대개 처마를 넘지 않았다.
서양의 굴뚝은 지붕위로 연결되어 외부로 배기되지만 우리나라의 굴뚝은 처마밑에 있어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지붕을 한바퀴 감싸 돌아가면서 집 안팎을 소독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굴뚝에는 우리조상들의 멋과 풍류가 배어있다. 굴뚝만 보아도 어느 정도 지체 높은 가문인지 얼마나 살만한 양반집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기와를 덮고 연가를 얹어 치장을 하기도 하고 정성껏 돌을 쌓아올리기도 했다.
또한 굴뚝에는 ‘정’이 있다. 어릴적 산으로 들로 온 종일 뛰어 놀다 배가 고파지면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기만 기다려진다. 굴뚝연기는 집으로 부르는 신호인 것이다.
외지생활을 하다 고향마을로 귀향할 때 마을 어귀에서부터 저 멀리 보이는 고향집 굴뚝연기가 어머님을 떠올리게 한다. 굴뚝연기는 그리움인 것이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굴뚝연기는 포근한 집으로 이끄는 부름의 신호이자 어머님을 떠오르게 하는 그리움이 있다.
요즘은 고향마을에서도 보기 힘들어진 굴뚝에서 퍼져 나오는 구수한 장작 타는 냄새를 떠올리며 온정을 되새겨본다.
/서 수 봉 (토지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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