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익환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면, 별도의 제외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상속증여로 간주되는 모든 거래에 대해 과세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상속세제도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탈세와 불법적인 부의 세습을 근절하는데 효과적이며 일반 서민들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재산이 재벌 수준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이유로 위헌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새 제도와 관련하여 금융시장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무기명 채권의 가격이 급등과 급락을 오가고 있으며, 월 납부액이 천만원을 넘는 고액 보험도 상속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상속세를 피하고 수익률이 불확실한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을 물려주는 것보다 이 방법이 훨씬 낫다는 계산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특정 부유층에 한정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제정된 법은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쉽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의심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잔디밭의 잡초만을 솎아내는 것은 극히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과 비용이 문제가 되며, 끊임없이 다시 생겨나기 때문이다. 잔디밭 전체에 강력한 제초제를 뿌린다면 잡초는 제거할 수 있겠지만 잔디까지 망쳐버릴 수도 있다. 정부 정책도 특정계층만을 대상으로 선별적이고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또한 큰 비중은 아니더라도 채권이나 고액보험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정상적인 자금흐름과 금리구조를 왜곡시켜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상속 자체가 지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상속은 바로 저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아껴 쓰고 저축하여 모은 재산을 자식들을 위해 물려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문제는 지나친 가족 이기주의에 빠져 자식의 능력과 관계없이 기업을 대물림하는 것과 같은 부도덕한 부의 세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입법이나 세무조사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가의 윤리의식, 건전한 경영관행과 기업지배구조 등의 개선으로 해결하여야 할 보다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과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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