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설의 의미를 되새기며

설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국토지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서수봉

설날의 다른 이름은 ‘세수(歲首)’ ‘원단(元旦)’ ‘원일(元日)’ ‘신원(新元)’이라고도 하여 시작 또는 첫날이라는 의미로 쓰여졌으며, 근신·조심하는 날이라 해서 ‘신일(愼日)’이라고도 쓴다.

필자가 자라던 시절에는 설날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 날만은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것과 도회지로 뿔뿔이 흩어졌던 친지들이 돌아와 마을 잔치가 벌어진다는 기억이 새롭다.

또한 어른들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위하여 세배할 때 ‘새해에는 공부 잘 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 등 덕담을 주고, 어린이들은 어른들께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등 인사를 여쭙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이후 설날을 말살하기 위하여 갖은 방법을 동원하였다. 그 이후에도 이중과세에 따른 낭비 등을 사유로 설날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도입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이름을 ‘신정’에 대비하여 ‘구정’이라고 쓰도록 하였으며 공무원의 설 과세를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하였다.

또한 급속한 도시화에 따라 고향의 공동화로 마을단위의 공동체의식이 사라지게 되었고, 교통난 때문에 귀향을 기피하게 되어 요즈음은 ‘설’ 하면 남자들은 교통난에 따른 어려움을, 여성들은 음식 만들기 등 가사에 따른 어려움이 먼저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국력의 신장에 따른 생활이 안정되면서 신토불이 등 우리 전통을 찾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구정이 다시 설날로 바뀌면서 공휴일 수도 신정이 하루 밖에 안되고 대신 설날은 3일 연휴로 되어 명실상부하게 설날이 된 것이다.

이제 와서 과거에 갖고 있던 추억의 설날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남을 헐뜯고, 비판하는 것이 일상처럼 된 사회에 설날의 큰 장점중의 하나인 덕담을 주고받는 훈훈한 설날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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