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대책없는 출산장려

지난 6일 보건복지부가 ‘출산장려대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인 1.3으로 미래의 생산력과 노인부양 등 사회·경제적 문제점들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전 “아이 마음놓고 낳아라. 다 키워줄 수 있다”고 장담까지 했다. 만약 인구정책이 출산장려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경제적 혜택인 출산수당이나 아동양육보조수당, 세액공제 확대나 교육비 경감 등 장려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이는 스스로 크지 않는다. 어디서, 누가 키울 것인가. 2001년 발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보육시설 가운데 국공립시설은 6.6%에 불과하고 직장탁아소는 1%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민간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연장·야간·휴일근무를 해야할 경우에는 더욱 난감해진다. 전국 국공립보육시설 가운데 고작 1.9%만이 24시간 보육을 실시하고, 시간연장형(휴일보육 2.1%, 시간제보육 3.7%, 야간보육 4.4%) 보육시설은 희망아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더 심각한 건 산모의 출산휴가가 끝나고 나서다. 아이가 최소 2살이 넘어야 받아주기 때문에 36개월 미만의 영아를 맡길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부모님 또는 아는사람에게 떠맡겨야 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육과 교육의 문제가 고스란히 가정내의 문제로 전가되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출산만 장려하고 돈만 쥐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대적인 보육시설 확충 대책이 없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부모 손에 이끌려 맡겨질 곳을 찾아다니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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