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베이컨의 우상

16세기 런던에서 출생한 르네상스후의 근대철학자이며, 영국고전경험론의 창시자인 베이컨의 우상을 생각해본다. 베이컨은 인간지성의 도리의 접근을 방해하는 편견으로서 4종의 이도라 (idora: 우상 또는 환영)를 지적하였는데, 하나는 종족의 우상이고, 또 하나는 동굴의 우상이며, 셋째는 시장의 우상이고, 넷째는 극장의 우상이라고 했다.

인류라는 종족에 대한 보편적인 선입견이 종족의 우상이고, 개인적 편견으로서 마치동굴에 있듯이 자연의 빛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비유한 동굴의 우상, 언어의 부적당한 사용에 기인하여 시장에서 있지도 않은 풍설이 나도는 것과 같은 시장의 우상, 논증의 잘못된 규칙이나 철학의 그릇된 학설과 체계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되는 가공의 이야기와 비유되는 것 같은 극장의 우상이 그 내용이다.

편견을 일소하고 실험과 관찰에 기본을 둔 귀납적 방법을 중시한 베이컨은 다수의 사례를 모아서 표나 목록을 만들어 사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주장했다. 올바른 판단과 빠른 결정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에 떠있는 우리가 항상 빠질 수 있는 오류의 바다를 잘 지적해주는 것 같다. 내가 속해있는 집단의 우월성에 빠져있는 모습, 나의 경험이 전부인 것으로 오인되는 현상, 확인되지 않은 사실만으로 얻은 판단의 결론 등으로 우리사회의 혼란이 가속되거나 매도되어 흘러가는 현실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베이컨의 우상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을까. 항상 우상과 함께 호흡하며 이런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우상의 궤적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우리는 우상을 발견하지도 못 한 사이에 오늘도 우상의 편견과 판단에 얽매인 채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나라를 위해 중대한 결정을 해야하는 선거철이다. 이 시기에 국운을 제대로 이끌어 갈 대통령을 선택하기위해 눈을 가리는 각종 편견들을 거둬내고, 제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창문을 닦듯 닦고 싶다.

/나진택 (고양의제 21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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