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독감과 감기’

/손병관(인하대병원 진료부원장)

금년에는 변종 독감인 소위 ‘슈퍼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병을 일으키는 항원이 변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심한 변종은 10년 이상의 주기로 일어나지만 경한 변종은 거의 매년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금년에는 심한 변종이 예상되어 유럽의 바이러스 학자들이 모여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변종 때문에 독감 예방접종은 매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노약자를 포함하여 심장병이 있다거나 천식 등 만성 호흡기질환이 있는 환자는 꼭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첫 해에는 1개월 간격으로 두 번, 그 후는 매년 한 번씩만 접종 받으면 된다.

독감과 감기는 전혀 다른 병이다. 감기가 심한 것을 독감으로 생각하는 환자가 많은데 두 질환은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독감 예방접종을 한다고 하여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라도 점도 지적하고 싶다.

흔히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틀린 것이다. 그러나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많은 심한 질환이 초기에는 감기 증상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독감은 물론이고 폐렴, 천식, 결핵, 간염, 에이즈, 심지어 많은 종류의 암까지도 처음에는 감기라는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의 입장에서는 감기 증상을 잘 구별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나타난 증상을 그냥 감기겠지 하고 오랫동안 소위 ‘감기약’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거의 같은 시기에 보도된 의사들이 ‘단순 감기’를 다른 병으로 진단하며 약을 많이 써서 감기에 의한 보험 청구액이 암 치료를 위한 보험 청구액보다 많다는 보도를 보며, 역시 감기는 가장 흔한 병인 것을 확인하며, 감기라고 진단된 환자 중에 적지 않은 수의 중한 병이 포함되어 있을 것도 또한 생각하며, 감기 증상을 정확히 구별해 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동료 의사들의 애씀이 정당하게 평가 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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