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난개발 이대로 보시겠습니까. 이곳은 우리 삶의 보금자리이자 후손에게 물려줄 땅입니다. 우리 딸, 아들들에게 자랑스런 아버지·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줍시다. 우리의 권리를 찾읍시다.’
11월10일 오전 11시 광교산 자락인 용인시 수지읍 1지구 건영아파트 뒤편 토월약수터.
수지 시민들과 수지시민연대(www.sujicity.net) 등 500여명이 모여 ‘광교산 살리기 및 교통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수지 시민 걷기대회’행사를 가졌다.
유치원생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걷기대회에 참여, 광교산 자락 토월약수터에서부터 수지1지구 토월공원 2㎞구간을 행진했다.
이날 행사는 수지시민연대가 수지의 유일한 녹지공간이며 주민들의 쉼터인 광교산과 토월약수터를 지키기 위해 개최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토월약수터와 이곳 광교산에는 평일에 700여명, 주말에는 2천여명이 찾는 곳으로 수지시민들의 유일한 쉼터이며 초·중·고등 학생 및 각종 단체의 자연학습장으로 인기가 높은 곳.
그러나 시가 토월약수터 주변 임야를 도시계획시설인 사회복지시설 부지로 지정해 개발하려고 해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
이날 행사 1시간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수지시민들의 광교산을 살리기 위한 열기때문인지 추운날씨도 포근한 날씨로 바뀌었다.
또 광교산 살리기 걷기대회 행사를 모르고 토월약수터를 찾았던 주민들과 인근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던 시민들도 함께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수지시민연대는 이날 행사에서 ‘광교산이 죽어간다. 난개발을 중단하라’‘출퇴근하다 병든 몸 지하철로 치료하라’‘도로정체 버스 증차, 즉각해결하라’등의 구호와 함께 토월약수터 및 광교산을 살려야 한다는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하며 동참을 호소했다.
걷기대회 행사를 하는 광교산의 산너머 신봉·성복지구에는 산림 등이 모두 깍여 나가고 파헤쳐진 채 공사중인 트럭과 굴착기 등이 굉음을 내고 있었지만 시민들이 지나가는 행사 현장에는 자연상태의 광교산이 향기로움을 내뱉고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행사에 참여한 회사원 김승수씨(45)는 “서울에서 수지로 이사온지 벌써 5년이 되지만 이곳은 난개발로 인해 시민들이 제대로 쉴만한 녹지공간이 없다.”며 “수지의 마지막 보루인 광교산 자연공원을 파괴하는 것은 상징적 녹지 훼손으로 어떠한 명분으로도 울창한 산림을 훼손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토월약수터 주변에 거주하는 건영아파트의 한 주민은 “수년전에도 이곳에 운전면허연습장을 짓기 위해 공사를 벌이다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공사를 중단한 적이 있다” 며 “수지의 유일한 녹지공간은 보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수지시민연대에 홈페이지에는 광교산을 보전해야 한다는 글들이 쇄도했다.
아이디 정평은 “대학에 다니면서도 시위구경만 하던 저는 광교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걷기대회 행사에 참여하게 됐으며 주민들을 분노하게 한 정부의 무능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능선에 올라 바라보는 광교산은 넓었고 평화로웠다. 다음 일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토월약수터와 광교산을 등산하며 이곳을 지키는데 앞장서겠다”광고 밝혔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수지시민연대는 지난해 5월 홈페이지를 개설, 온-라인 시민단체로 출발했으며 지난 9월말에는 홈페이지 관리자 김종택씨(36)를 운영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운영위원 13명 등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시민연대는 지난해 5월 출범당시만 해도 50여명의 회원에 그쳤으나 난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광교산 등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현재는 회원이 무려 1천5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시민연대는 최근 수지시민 1만2천여명이 서명, 토월약수터 주변 임야의 사회복지시설을 취소하고 보전녹지로 지정해 줄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용인시와 경기도에 제출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수지지구의 공기 정화기능을 하고 있는 30년 이상된 소나무 숲이 파괴되면 수지는 당초 개발당시의 전원형 녹지타운이라는 개발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황량한 빌딩 숲으로 변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지시민연대 김종택 위원장은 “개발이 추진중인 토월약수터 보존을 위해 주민 1만2천여명이 서명 민원을을 제기했으나 용인시가 건설허가를 내줘 보존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며 “수지시민과 함께 더이상의 난개발 피해를 입지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지시민들이 광교산 푸르른 소나무 숲을 거닐며 목청껏 외친 ‘보전하라!’‘보전하라!’‘보전하라!’메아리가 아직도 광교산을 뒤흔든다.
/글 정근호기자·사진 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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