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십계명

효도 십계명

淸河

효자 정관일(鄭觀一)은 어릴 적부터 효심이 지극했다. 멀리 장사를 나간 아버지에게서 편지가 오자 소년 정관일은 편지를 품에 안고 울었다. 글자의 획이 떨리고 있는 걸 보고 아버지가 병이 들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과연 얼마 후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객지에서 병을 얻어 고생했다고 말했다.

정관일은 경서와 의술에 통달해 약을 팔아 부모를 봉양했다. 그러나 서른 살에 요절했다. 운명하기 전 정관일은 아버지에게 “두 아이를 남기고 가니 원컨대 이들로 마음을 위로하소서”했다. 아버지는 아들 정관일의 죽음앞에서 “나는 오늘 아들을 잃고, 친구를 잃고, 스승을 잃었다”고 통곡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다산문선(茶山文選)’에 있는 이야기다.

조선사회를 지탱하는 중심 사상이 효(孝)가 되면서 효에 관한 설화가 많이 생겼다. 부모나 조부모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손가락을 잘라 피를 흘려 입속에 넣었는가 하면, 넓적다리 살을 베어 구워드린 효행도 있었다. 요즘 세상에서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전설같은 효성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기를 거부해 독거(혼자 사는) 노인이 해마다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부모를 1년 이상 모신 무주택 세대주에게 국민임대주택 공급물량의 10%를 우선 공급한다는 정부의 주택공급 규칙이 제정됐을 정도다. 젊은이들에게 효심을 심어주기 위한 김평일 가나안농군학교 교장의 ‘효도 십계명’도 나왔다.

‘신앙생활을 하시도록 해드리자’ ‘대답을 잘하고 말씀을 잘 들어드리자’ ‘표정을 밝게 하고 웃음을 잃지 말자’ ‘궁금증을 풀어 드리자’ ‘자유롭게 쓰실 수 있도록 용돈을 정기적으로 드리자’ ‘향토적인 음식을 해드리자’ ‘외모를 아름답게 꾸며 드리자’ ‘일거리를 찾아 드리자’ ‘친구를 자주 만나게 해드리자’ ‘등을 긁어 드리고 손·발톱을 깎아 드리자’가 ‘효도십계명’이다. 여기서 5계명인 ‘자유롭게 쓰실 수 있는 용돈을 정기적으로 드리자’외에는 가난한 집안에서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효행이다.

노부모의 얼굴에 진 주름살은 자식을 걱정하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다. 자식들은 노부모의 시름을 덜어 드려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자식의 도리를 외면한다면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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