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공원
白山
공원은 도시생활의 숨통이다. 아스팔트와 시멘트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도시인들은 진종일 맨땅 한번 밟기가 힘들다. 물론 공원이라고 맨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툭 트인 전원풍경, 파란 잔디 등 자연의 생동감을 접촉할 수 있는 것은 여간 기분좋은 게 아니다. 수원에는 비교적 공원이 많다. 팔달산·광교산을 지척에 둔 걸 천혜의 선물이라고 한다면, 공원이 많은 것은 시의 인위적 선물이다. 주민이 가까이 접촉할 수 있는 근린공원, 즉 시민공원이 무려 32곳에 이른다.
이 중 장안구 송죽동에 있는 만석공원은 특히 호수가 있어 명소로 꼽힌다. 옛 일왕저수지가 있었던 곳이다. 정자동·송죽동·조원동 일원의 논에 물을 댔던 저수지다. 그 논이 모두 아파트 등 주택부지가 되고 산업도로가 돼 저수지의 구실을 마쳐 공원으로 조성된 것이다. 저수지 일부를 매립하긴 했으나 저수지 아닌 호수를 복판에 두고 조성된 만석공원은 도심의 별천지다.
드넓은 공원에 무대장치가 두곳이나 있어 이따금 흥미스런 공연이 산책객들의 시선을 끌기로 한다. 하지만 만석공원의 백미는 역시 호수다. 수중섬도 있는 호수 주변은 억새풀과 잡초가 우거지고 갖가지 야생 조류가 날아들어 물속을 노니는 정경은 한폭의 그림과 같다. 밤이면 멀리 내다 보이는 아파트며 고층건물의 불빛이 수면에 아롱거리는 게 또한 장관이다.
호수가 저수지로 있을 적엔 한동안 낚시도 했으나 물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사라지기도 하고 더러 있어도 먹을 수가 없고 해서 낚시꾼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랬던 게 공원으로 조성되고 나서 오수가 많이 차단돼서인지 수질이 좋아졌다. 이대로 수년 더 가면 상당한 물고기들이 꽤 자라 무리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걱정되는 건 또 낚시꾼들이 몰려들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호수가 망가질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앞으로 어떻게든 낚시를 막아 청정의 호수, 물고기의 낙원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저녁 무렵의 호반 일주는 호반의 공원인 만석공원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허품이다. 느릿느릿 걷기도 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호반을 일주하는 시민들의 표정엔 한결같이 평화로움이 감돈다. 호반의 공원은 수원의 명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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