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의사가 되기 위한 마음 가짐

/손병관(인하대병원 진료부원장)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으리라 믿지만, 우리 의사들은 2000년 여름, 소위 의약분업에 반대했던 의료계의 투쟁을 아픈 마음으로 기억한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그렇게 올바른 길을 제시했고, 심지어 의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환자 곁을 떠나면서까지 옳음을 주장했으나 우리 편에 서던 사람들이 너무도 적었던 것을 말이다.

최근에 유행했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에는 ‘오늘날의 의사들은 정말 보기에도 애처로울 정도로 재정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능고사, 대학 입시철이 되면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의 점수가 매우 높은 것을 매스컴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공부하기 힘들다’ ‘의사가 되고 전문의가 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돈이 많이 든다’라고 말하면서도 의과대학생이 되는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의과대학에 들어오려는 학생이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은 그들이 공부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고, 질병이 아닌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과는 구분되는 인간과학이 그들의 전공 분야임을 알아야 한다. 앓는 인간 전체를 이해하고, 인간 속의 자연인 육체를 알고, 그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의사가 행하는 의료행위가 인술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사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의대 입학 후에도 계속하리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힘든 과정임에 틀림없으나 보람 있는 직업이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임도 사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데칼트는 ‘만일 앞으로 인간을 보다 총명하게, 보다 유능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의학이다’라고 했을 것이다.

이은성의 소설동의보감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던 얼음골에서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죽어가는 몸을 해부하고 나서 관을 잡고 통곡하며 ‘이 허준이 의원이 되는 길을 괴로워하거나, 병든이들을 구하는데 게을리 하거나, 약과 침을 빙자하여 돈이나 명예를 탐하거든 저를 벌하소서’라고 부르짖던 말도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곰씹어 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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