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도토리

/ 淸河

다람쥐가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 간다는 동요가 있듯이 도토리는 야생조수들의 먹이다. 요즘 산에 가면 도토리들이 여기 저기서 귀엽게 굴러 다닌다. 풀숲에 숨어 있는 놈도 있다. 도토리는 재미있는 말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마음이 맞으면 도토리 한 알을 가지고도 시장을 멈춘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가난하여도 서로 마음이 맞으면 모든 역경을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도토리는 아주 조그마한 것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경상도지방에서는 꿈에 도토리 나무를 보면 행운이 온다고 믿고 있으며, 서울 지방에서는 임신중에 도토리를 먹으면 유산한다는 속신이 있다. 요즘은 도토리가 피로회복이나 숙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소화기능을 촉진시키며 입맛을 돋운다고 하여 인기가 한창이다.

도토리는 참나무속에 속하는 나무열매의 총칭이다. 너도밤나무과의 신갈나무·떡갈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생긴 많은 변종의 열매를 모두 도토리라고 한다. 열매는 구형 또는 원주형의 견과로 하반부 또는 기부가 술잔모양의 깍정이로 쌓여 있는데 그 바깥에는 비늘모양의 돌기가 나 있다. 종류는 북반구의 온대·난대·아열대에 걸쳐서 200여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13종의 참나무속 식물이 있는데 주종을 이루는 것은 신갈나무이다. 도토리는 예로부터 묵으로 만들어 먹었다. 과거에는 구황식(救篁食)이었으나 지금은 별식으로 먹는다.

도토리묵을 만들려면 우선 도토리의 껍질을 까서 말린 다음 절구로 빻아 4∼5일 동안 떫은 맛을 우려낸다. 떫은 맛이 어느 정도 빠지면 윗물을 따라내고 가라앉은 앙금을 걷어내어 말린다. 도토리가루와 물을 1대3의 비율로 섞어서 끓이면 엉기게 되는데 이를 식히면 묵이 완성된다. 이렇게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으려는 지 요즘 야산에 전문 도토리채취꾼까지 몰리면서 도토리나무가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도토리를 따기 위해 큰 돌로 나무를 내리 찍거나 아예 가지를 부러뜨린다. 산림훼손도 문제지만 다람쥐 등 야생조수의 겨울먹이를 사람들이 싹쓸이 해가니 걱정이 크다. 모처럼 아파트 뒤편 광교산에 갔더니 도토리나무마다 가지가 부러져 있고 그 나무주변에 도토리 껍질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도토리나무들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