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세시풍속
오는 21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秋夕)이다.‘한가위’ 또는 ‘중추절’이라고도 하는 추석에 우리 조상들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며 이 날을 소중히 여겼다.
추석의 기원이나 유래는 정확하진 않지만 달을 숭배하는 신앙에서 그 뿌리를 찾고 있다. 고대인들은 한 달에 한번 만월(滿月)을 이루는 달을 고맙게 여겼다. 따라서 1년 중 가장 큰 만월을 이루는 8월15일 추석이 큰 명절로 여겨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만월 아래에서 축제를 벌이고 먹고 마시고 놀면서 춤 췄으며, 줄다리기, 씨름, 강강수월래 등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추석에 행해지는 세시풍속으로는 벌초·성묘·차례·소놀이·거북놀이·강강수월래·원놀이·가마싸움·씨름·반보기·올게심니·밭고랑 기기 등이 있다.
▲벌초와 성묘= 추석에 조상의 무덤에 가서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어 주는 것을 ‘벌초’라 한다. 조상들은 추석에는 반드시 벌초하는 것이 효성의 표시와 도리라고 여겼다. 한가위에 성묘를 와서 벌초를 하지 않으면 보기에도 흉할 뿐 아니라 불효의 자손을 뒀거나 임자없는 묘라 해서 남의 웃음거리가 됐다.
▲차례= 추석 이른 아침에는 사당을 모시고 있는 종가에 모여 고조까지의 차례를 지낸다. 차례 지내는 절차가 설날과 다른 것은 흰떡국 대신 메(밥)를 쓰는 점이다. 조상에 대한 추원보본과 천신제를 겸했기 때문에 제물은 신곡으로 만들어 진열된다. 고조 이상의 윗대는 10월에 시제라 해서 묘에서 제사를 지낸다.
▲소놀이= 추석날 차례를 마친 후 알맞은 시간에 소놀이가 진행된다. 상쇠의 선도에 따라 한바탕 신나게 풍물을 울리며 놀다가 소놀이가 시작된다. 두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그 위에 멍석을 뒤집어 씌우며 뒷사람은 큰 새끼줄로 꼬리를 달고, 앞사람은 막대기 두 개로 뿔을 만들어 소 시늉을 한다. 소를 끌고 농악대와 마을 사람들은 그 마을에서 가장 부자집이나 그 해에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사람의 집으로 찾아간다. 대문
앞에서 ‘소가 배가 고프고 구정물을 먹고 싶어 왔으니 달라’고 외치면 주인이 나와서 일행을 맞이한다. 소를 앞세우고 일행은 앞마당으로 들어가 농악을 치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면 주인집에서는 술과 떡, 찬을 차려 대접한다.
▲원놀이·가마싸움= 추석에 차례와 성묘를 드리기 위해 훈장이 고향에 내려가 서당이 며칠 쉴 때 학동들은 원놀이와 가마싸움을 했다. ‘원놀이’란 학동들 중에서 공부를 많이 했고 재치있는 사람을 원님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학동들은 백성이 돼 원님께 소장을 내 그 판결을 받는 놀이로, 오늘날 대학에서 행해지는 모의 재판과 그 성격이 유사하다.
‘가마싸움’도 훈장이 없는 틈을 타서 가마를 만들어 이웃마을 학동들과 또는 이웃 서당의 학동들끼리 대결을 하는 놀이다. 가마를 끌고 넓은 마당에 나가 달음질해서 가마끼리 부딪혀 부서지는 편이 지는 놀이로, 이긴 편에서 그 해에 과거급제가 나온다고 전해진다.
▲올게심니= 추석을 전후해 잘 익은 벼·수수·조 등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베어다가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는 것을 ‘올게심니’라고 한다. 올게심니한 곡식은 다음해에 씨로 쓰거나 떡을 해서 사당에 천신하거나 터주에 올렸다가 먹는다. 올게심니는 다음해에 풍년이 들게 해달라는 기원의 뜻이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차례상 차리기
수해 끝에 찾아온 추석. 이재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는 의미에서라도 이번 추석은 검소하게 지내자. 추석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통의식인 차례지내기. 신·구세대를 막론하고 차례상 차리기는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격식에 얽매이기 보다 조상이 생전에 즐기던 음식들을 정성스레 준비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추석 차례상을 차릴 때는 먼저 상에 흰색 종이를 한장 깔아 북쪽으로 놓고 상앞에 돗자리를 펼쳐 놓는다. 상 뒤에는 화려한 그림이 있는 것보다 글씨가 있는 병풍을 놓는 것이 좋다.
차례상의 가장 위쪽에는 지방이나 고인의 사진을 놓고 그 양옆에 촛대를 세운다.
통상 제주가 제상을 바라보아 오른쪽을 동, 왼쪽을 서라 하고 제사상 앞은 남, 지방 붙이는 쪽은 북으로 삼는다.
음식은 제주를 중심으로 가장 첫줄에 과일을 놓는다. 과일은 대추 감 밤 등 세가지가 기본이며 형편에 따라 배 포도 사과 호두 약과 등을 올릴 수 있다. 순서는 대추·밤·배·감(조율이시) 순이다. 종류는 반드시 홀수로 하고 씨가 큰 복숭아는 놓지 않는다. 과일을 놓을 때 홍동백서라 하여 붉은 색을 띤 것은 동쪽(왼쪽)에, 흰색을 띤 것은 서쪽(오른쪽)에 놓는 것이 원칙이다.
둘째줄 왼쪽에는 포를 놓고 오른쪽에는 건더기만 건진 식혜(좌포우혜)를 올린다. 포와 식혜 사이에는 간장과 나물을 올리는데 나물은 채소를 삶아서 만든 숙채를 놓는다. 이때는 반드시 삼색(푸른색 갈색 흰색)을 갖추어 놓는다. 푸른색 나물로는 시금치나 쑥갓을 준비하면 되고, 갈색나물로는 고사리 또는 고비나물이 적당하다. 흰색은 무나물이나 숙주나물을 마련한다. 나물은 마늘이나 파를 넣지 않고 참기름과
깨소금만으로 간을 한다.
세번째 줄에는 탕을 놓는다. 예전에는 육탕(고기탕), 소탕(두부와 채소탕), 어탕(생선탕) 모두 올렸으나 요즘은 세가지를 모두 합한 합탕을 올려도 무방하다. 추석 차례상인 만큼 합탕에 토란을 넣기도 한다.
넷째줄에는 왼쪽부터 국수와 전 적 조기를 순서대로 놓는다. 예전에는 소전(두부전) 어전(생선전) 육전(고기전)을 고루 갖추어 놓았으나 요즘은 한가지만 올리기도 한다. 불에 구워 만든 것을 뜻하는 적은 육적 소적 어적 등이 있는데 배열은 어동육서(魚東肉西)의 원칙에 따라 생선 동쪽, 고기는 서쪽이다. 조기를 놓을 때는 머리를 동쪽에, 꼬리는 서쪽(두동미서)을 향하게 한다.
마지막줄에는 송편과 시접(숟가락 젓가락 놓는 제기), 그리고 잔반(잔과 받침)을 놓는다.
한복 잘 입는 법
옛말에 옷입기는 반 바느질이라고 했다. 옷을 잘 입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고전한복 뿐 아니라 생활한복도 마찬가지다. 추석을 맞아 고급스런 소재와 단아하고 고상한 디자인으로 명절복으로 자리잡은 생활한복을 제대로 골라 입는 법과 손질법을 알아본다.
▲옷 고르는 법 = 먼저 바늘땀이 촘촘한지 살핀다. 직선으로 된 부분은 바늘땀의 선이 고른지, 특히 가장 중요한 깃부분의 둥근선과 직선의 바느질을 잘 살펴본다. 안감의 마무리는 잘 됐는지도 눈여겨 본다. 깃이 없는 둥근 목선의 형태는 캐주얼한 느낌이 들어 편하게 입을 수 있다. 뚱뚱한 체형의 경우 뻣뻣한 원단의 주름이 많은 스커트는 피한다. 얼굴이 밝은 경우 약간 진한 칼라, 어두운 얼굴은 밝은 칼라가 대체로 잘
어울리는 편.
▲옷 입는 법
△남자옷 = 사폭바지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왼쪽이 위로 올라오게 입으며 허리끈은 오른쪽에 맨다. 허리끈 대신 벨트로 처리된 상품도 있으며 바지 앞부분에는 지퍼가 달려 있다.
발목 부분에는 대님 대신 매듭단추가 달려 대님을 매는 번거로움이 없다. 겨울에는 속저고리에 목폴라를 함께 입거나 가볍고 따뜻한 누비 두루마기를 덧입고, 명주목도리를 입으면 멋스럽고 따뜻하다.
△여자옷 = 조끼나 홑덮개 등을 저고리 위에 겹쳐 입고서 단추를 풀거나 여미면 색다른 멋을 연출할 수 있다. 저고리를 입을 때는 깃이 뒤로 처지지 않게 앞섶을 당겨 입어야 한다. 키가 작은 여성은 내리닫이(원피스)형 치마와 짧은 저고리를 갖춰입는 것이 좋다. 고전한복에 즐겨 쓰이는 조바위나 노리개 외에도 손가방, 허리띠, 브로치 등 장신구로 멋을
낸다.
▲손질법 = 면 소재는 세탁기에 돌려도 되며 탈수한 뒤 널 때 잘 두드려 펴서 말리면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 폴리에스테르 제품은 2-3회 드라이클리닝 후 손세탁할 수 있다. 후염제품은 따로 세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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