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으로 의약품?

연구용으로 기증된 시신을 가공, 불법 의약품을 제조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괴한 일이다. 기증한 인체를 모독하는 행위다. 세상이 이래서야 누가 사후에 시신이나 장기를 의학 연구용으로 기증하겠는가.

한국조직은행의 ‘연구용 기증 시신 밀거래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지검 강력부에 따르면, 이런 일도 다 있나 싶다. 한국조직은행 실제운영자이며 치과병원장인 엄모씨와 한국조직은행 대표 이모씨 등 2명이 지난해초부터 최근까지 당국의 허가 없이 연구용 시신에서 추출한 뼈를 가공처리해 6억원 상당의 단백질추출물을 만들었다, 이를 인천 등 수도권 일대 300여 곳의 치과병원과 치과재료상에 공급했다니 기분이 몹씨 나쁘다. 더 큰 문제는 단백질 추출을 위해 사용한 시신이 바이러스성 간염환자, 매독환자, 중증암환자, 알츠하이머병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사망한 시신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가공 판매할 수 없는 연구용 시신까지도 의약품(각종 골형성유도제)으로 제조해 팔았다니아연실색할 노릇이다.이들이 만들어 판매한 단백질추출물은 다른 게 아니다. 뼈가 잘 자라나도록 치과병원에서 주로 잇몸 치조골이 상한 환자에게 투약하고 있는 바로 그 물질이다.

게다가 한국조직은행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사망한 시신 14구를 이같은 방법으로 수도권지역 병원에 유통시켰다. 특히 14구 중 9구는 연구용 시신을 불법 가공한 것이다. 이식용으로 분류된 4구 중 3구는 24시간 내 조직등을 채취해야 하지만 36시간을 넘겼다. 또 다른 시신은 사망 시간을 추정할 수 없고 감염이 우려돼 사용해선 안되는 급성 폐열증 관련 시신이었다.

검찰은 행려병자 시신에서도 단백질을 추출한 혐의를 잡고 이들이 행려병자 시신을 입수한 경위와 공범의 묵인 또는 유착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했다고 한다. 미국에선 연구용 시신에서 추출한 조직이나 약물 투약 후 실제 같은 병에 감염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압수한 단백질추출물과 뼛가루 등에 각종 바이러스가 남아 있는 지를 정밀 분석토록 관계기관에 의뢰해야 할 것이다. 돈에 눈 멀면 보이는 게 없다지만 아무리 시신이라 하더라도 연구용 시신을 함부로 하다니, 생각할 수록 불쌍하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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