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필상씨

白山

월남 실향민 강태원씨(83·용인시 기흥읍)가 막노동에서 버스회사 사장까지 해가며 모은 270억원을 KBS에 기탁, 사회에 환원한데 이어 이번엔 (주)수원교차로 사장 황필상씨(56)가 215억원 상당을 아주대에 기탁했다.

기탁내용은 현금 15억원, 20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으로 전체 주식의 90%다. 이에따라 아주대는 재단에서 수원교차로를 경영하면서 ‘황필상 아주 장학재단’을 설립, 대대적인 장학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기증자는 자신의 회사주식을 100% 내놓는 것을 10%는 계속 지니고 있도록 가까스로 설득했다고 대학측은 밝혔다.

아주대는 황씨의 모교다. 아주대 공대 기계공학과를 다녔으며 프랑스 국립과학응용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서너명의 가족을 돌보는 개인의 작은 우산이기 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을 돌보는 사회의 큰 우산이 되기 바란다”면서 215억원 상당을 내놨다.

어려운 결단이다. 각박한 세태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속담에 ‘아흔아홉섬이 있으면 백섬을 채우기 위해 바둥댄다’는 말이 있다. 마저 채우고 싶은 한섬을 위해 아흔아홉섬까지 쌓은 노력을 아깝게 하기 십상인 것이 우리 중생들이다. 이런 이치를 말로 하긴 쉽지만 행동으로는 옮기기 어려운 것이 또한 우리같은 중생들이다.

그러나 벼슬아치들은 알아야 한다. 민초들 세금으로 녹을 타먹으면서, 민초들이 위임한 권한을 무기삼아 민초들 등골을 빼먹는 벼슬아치들은 이 기회에 각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꾼들은 더욱 각성해야 한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국민위에 군림, 온갖 부정과 결탁하는 등 비리를 일삼으면서도 몰염치한 정치꾼들은 뼈를 깎는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런 말을 말로나마 알아듣지 못하는 벼슬아치나 정치꾼들은 아마 사람이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황씨는 재산만 내놓은게 아니다. 부부가 사후 시신을 연구용으로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병원에 기증해 몸도 사회에 내놨다. 고귀한 이일 수록이 화장조차 꺼리는 요즘 세태에서 그 또한 어려운 결단이다. 그도 안먹으면 배가 고프기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면서, 해탈지경의 심오함이 남다르게 깊은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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