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白山

지금은 탈북자가 으레 기자회견을 갖던 그런 시대가 아니다. 웬만한 탈북자는 신문에 나지도 않는다. 정부가 북측을 자극하기 싫어하는 햇볕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탈북자가 그만큼 많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3국을 통한 탈북이 수두룩하다. 주중국 외국공관은 한국행 탈북코스가 돼버렸다. 이런 가운데 보트피플 귀순이 또 있었다. 지난 19일 해경에 의해 인천항에 예인된 북측 선박 20t급 목선에 운명을 맡긴 탈북자 21명은

평안북도 선천군 홍건포구를 출발한지 48시간만에 자유의 땅을 밟았다. 순종식씨(70) 가족 등 이들 세가족은 길이 20m 폭4m 목선의 어획물을 보관하는 비좁은 어창에까지 나눠 옹기종기 타고 있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들이 3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30만에 이를 것으로 보는 또 다른 관측이 있다. 러시아에도 수천명의 탈북자들이 있는 것으로 전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은 올해 더욱 심각한 식량위기에 처해 640만명이 굶주리는 것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탈북사태는 기아 때문인 점에서 세계의 난민들과 성격이 다르다. 베트남 보트피플이 100만명, 이라크 반후세인 난민이

50만명, 르완다 종족분규로 300만명, 코소보 인종청소로 100만명이 자국을 떠난 난민이 있었지만 북한처럼 먹을 게 없어 생긴 기아난민은 없었다.

외국에 대해 부끄럽게 알아야 할 식량원조 요청을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당당하게 생각한다. 비록 인민은 제대로 못먹여 살려도 군사력은 막강한 나라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이미 알래스카와 미국 본토의 일부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이 이루어졌으며, 앞으로 3단계 미사일이 개발되면 사정거리가 1만5천㎞에 달해 북미 전역이 공격 대상이 된다고 지난 3월 상원에서

증언했다.

동독이 무너진 것은 피난민 행렬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데서 시작했다. 탈북사태가 심상치 않다. 선박을 이용한 집단탈출은 이번 일로 단속이 강화되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날마다 수명꼴로 서울에 오는 탈북자 행렬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탈북에 대한 북측 대책은 중국에서 탈북자를 잡아들여 엄단하는 것 뿐이다. 엄단해도 탈북자는 늘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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