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환경운동연합-신영리 주민 공동개최
“갯벌은 더 이상 매립과 간척의 대상이 아닌 보존해야 할 생명의 터전입니다”
‘평택연안 해양축제’가 평택연안 갯벌에서 열렸다. 지난 98년 시작, 올해로 3번째 맞이하는 이번 축제는 이 행사를 주관해온 평택환경운동연합(사무국장·장순범)이 개발 논리에 밀려 갈수록 훼손되는 평택연안 갯벌을 함께 지켜나가자는 뜻에서 이 지역 어민들과 공동으로 개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지난 11일 오전 9시30분께 평택시 신영리 포구.
우비에다 긴 장화를 신고 손에는 호미까지 드는 등 단단하게 중무장(?)한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손을 잡고온 한 어린아이는 난생 처음 보는듯 드넓은 바다에 눈을 떼지 못했다.
30여분 지나자 이 곳에 모인 사람은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그리고 연인 등 모두 250여명에 달했다.
10여명씩 조를 짠 이들은 포구에 대기중인 배에 올라탄 뒤 바다로 향했다.
‘평택연안 해양축제’란 커다란 깃발을 달고 선두에 선 배에서 울리는 진군의 대북 소리를 쫓아 줄지어 따르는 배는 20여척으로, 바다를 가로질러 힘차게 나갔다.
이들 배가 정박한 곳은 바다 한 가운데.
배가 정박한지 10여분이 지나자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배는 바닷물이 아닌 육지위에 떠 있었으며 갯벌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갯벌은 또 하나의 세계로 ‘작은 우주’와도 같았다.
물이 빠져 나가자 속살을 드러낸 펄에는 크고 작은 구멍들이 수없이 나타났다. 게, 바지락, 고둥, 갯지렁이 등을 비롯해 이름모를 해양 생물들이 갯벌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손가락 크기만한 망둥어들도 몸을 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들에 대한 먹이 사냥을 시작한 괭이 갈매기 등 바다새들도 역시 함께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배에서 내린 학생들도 이들 해양생물을 쫓아 바삐 움직이고 있었는데 갯벌에서 뛰놀며 해양 생물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기 위해서다.
갯벌에 처음 왔다는 이희라양(평택여고 3년·평택시 세교동), 생활정보지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는 40대 중반의 어머니와 중학교 1학년된 아들, 데이트 코스로 갯벌을 찾았다는 신세대 연인들.
이들 모두 구멍 밖으로 나온 게를 잡기 위해 뛰어 다니고 또 갯벌속에 숨어있는 조개를 찾아 펄을 파며 마냥 즐거워했다.
얼굴과 옷이 온통 진흙 투성이인 김성근군(8·평택 비전초교 1년)도 바구니를 들어 보이며 “이거 내가 다 잡았어요”라며 자랑을 했다.
앞집 아줌마와 함께 왔다는 평택세교초등학교 6학년인 김충남군은 “책으로만 봤던 해양생물들을 직접 보고 또 잡게 돼서 좋다”며 “가지고 온 망태 가득 조개를 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군은 “하지만 집에 갈때는 다 놔 줄 것”이라고 말했다.
즐거움만 가지고 가고 환경은 보존하겠다는 뜻이 숨겨져 있었던 것.
4살난 딸, 6살된 아들 그리고 부인 등 온 가족 모두를 데리고 온 이종규씨(41)도 “교육 차원에서 매년 이 행사가 열릴때마다 참여를 하는데 올 때마다 그 느낌이 새롭다”며 “얼마 뒤 이 갯벌이 평택항만 개발로 인해 없어진다는데 다른 곳은 몰라도 이 곳만은 계속 보존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택시 신영리 어촌계 주민들도 참여한 한 이번 행사는 말 그대로 해양 축제였다.
정기옥 용인대 강사의 풍어제가 있었고, 갯벌 보존을 위한 창작춤과 시낭송 그리고 역할극도 있었다.
수원지역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모임인 ‘햇살받는 아이들’의 축하공연에 이어 예쁜 바지락 콘테스트, 추억의 배 띄우기 등 평택환경운동연합측이 환경보존과 관련해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인기였다.
특히 이시완 에코텍환경생태연구소 부소장이 학생들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자신이 채집한 해양식물에 대해 설명을 하고 또 하늘을 나르는 바다새의 이름과 습성을 알려준 해양생태교육은 이번 축제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했다.
이 부소장은 “평택연안 갯벌의 경우 얼마전만에도 바지락 같은 조개류는 발에 차일 정도로 많았는데 갈수록 그 수가 줄고 있다”며 “펄에서도 냄새가 나는데 서서히 오염되고 있다는 증거로, 보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사진=강종민기자 ppkjm@kgib.co.kr
인터뷰/장순범 평택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갯벌은 해양과 육상의 서로 다른 두 생태계가 겹치는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로, 우리나라에는 전 국토의 7% 정도의 면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갯벌은 우리 식탁에 매일 오르는 여러 수산물을 제공하고, 또 바다 생물들이 알을 낳고 성장하는 보호 장소이며,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규조류와 갯지렁이 등을 포함해 각종 미생물이 오염된 바닷물을 정화시키는 중요한 일도 합니다.
특히 서해안 중심부에 위치, 해양문화의 전통을 잇는 평택연안 갯벌은 정말 귀중한 우리의 자연환경인 것입니다.
여기에 도요새떼류의 세계 4대 도래지로 건강한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등 전세계적으로도 볼때 결코 흔치 않은 곳입니다.
올 축제는 평택항만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점점 빼앗기면서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신영리 어촌계 주민들도 함께 했고, 이들을 위한 풍어제도 지냈습니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이 곳을 청소년 체험어장, 환경교육장, 생태관광지 등 여가선용의 장으로 폭넓게 사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평택항 개발과 함께 항만 개발이 진행중인 평택연안 갯벌은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전세계에서도 몇 않되는 평택연안 갯벌이 개발 논리에 의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나서 막아야 할 것입니다.
저희도 이같은 이유에서 이 축제를 매년 개최하며 주민들의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관련용어 바로 압시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iological Oxygen Demand: BOD)
물속에 사는 미생물이 호기성(好氣性·미생물이 산소를 좋아해 공기속에서 잘 자라는 성질) 상태에서 유기성 오염물질을 탄산가스와 물로 분해해 안정화하는데 요구되는 산소의 양을 말하는 것으로, 물속에 있는 유기성 오염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간접지표가 된다.
그러나 유기성 오염물질 가운데 섬유소나 리그닌 등은 제한된 시간내에 생물학적으로 분해가 잘 되지 않아 산소의 소비도 거의 없게 되므로 BOD로는 이들의 함유량을 정확히 나타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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