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컴맹촌구석이라 부르지 마세요. 이제 컴퓨터 없이는 하루도 살기 힘든 정보화 마을로 변했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21세기형 새마을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30년전 새마을운동이 전기를 놓고 도로를 뚫어 삶의 질을 한단계 도약시켰다면 이제 정보화를 통해 생활상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이 한창이다.
8월 한여름의 햇살속에 양평의 한 마을에 정보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생태마을로 지정될 정도로 깨끗한 마을이 어느덧 인터넷 물결로 뒤덮히고 있는 것이다.
도내 정보화 시범마을로 지정된 양평군 강하면 마을 전체에 지난 4월부터 초고속 인터넷망이 설치되면서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장면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작은 도서관 하나 없던 농촌 마을에는 집집마다 온가족이 모여앉아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생생한 화면과 함께 원하는 정보를 얻고 있다.
실제로 동오 2리 신대용 이장(39) 집에 들어서니 작은 건넌방 책상위에 놓인 컴퓨터 앞에서 아들 원규군(10·강하초교 4년)이 커퓨터를 통해 책읽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원규군은 “전에는 책을 사려고 멀리 갔어야 했는데 이젠 집에서 원하는 책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컴퓨터 게임도 마음껏 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컴맹 탈출 열기는 한여름 뙤약볕을 무색케 한다.
인근 면에서 가장 높은 복지회관 3층 마을 정보센터에 설치된 37대의 컴퓨터 앞에는 컴퓨터를 배우려는 주민들의 교육 열기로 가득하다.
‘마우스, 자판, 이메일’등 강사의 선창에 따라 주민들은 목청을 돋우며 컴퓨터를 매만진다.
교육장 한켠에는 놀이방도 설치, 아이 걱정없이 주부들도 교육을 받고 있다.
도시에서 시집온 김선미씨(30)는 “시골에서 이메일을 통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다”며 “이젠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며 자판을 두드렸다.
강의실 한 쪽에는 전자칠판과 교육용 빔 프로젝터까지 설치돼 있으며 장호균 강하면장은 “프로젝터는 마을 영화관 역할도 한다”고 귀띔했다.
주민편의를 고려한 인터넷프라자도 자랑거리. 2개소에 설치된 이곳에선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해 버튼만 누르면 토지대장, 주민등초본 등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현재 10여종을 발급받을 수 있으며 앞으로 60여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인터넷 프라자는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정보검색이 어려운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등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근 20여가구가 살고 있는 동오리는 외부 강사를 초빙, 눈높이 교육을 실시하며 교육강도를 높히고 있다.
정보화 마을 사업에 참여한 포스데이타 김경수 차장은 “주민들이 윈도우 98이 아닌 윈도우 XP로 교육을 원하거나 교재 종류를 직접 선택하는 등 예상외의 반응에 놀랐다”고 주민들의 커퓨터 교육 열기를 전했다.
이곳에서는 농번기인 점을 고려, 주부들과 노인들은 오전에, 남자들과 학생들은 오후에 교육을 하고 있다.
윤인식씨(62)는 “검지 손가락 하나로 형형색색 화면에 뽕짝도 듣고 텔레비전도 보니 무슨 별나라에 온 것 같다”며 “늙그막에 재미난 소일거리가 생겨 좋다”고 틀이를 드러내며 머쓱하게 웃는다.
정보화 교육 특징중의 하나는 철저한 수준별 교육. 기초반은 컴퓨터 기초, 인터넷 기초, 전자우편 사용 등을 교육하고 중급반은 농산물 가격정보 파악, 농업기술 정보 활용, 영농일지 작성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이수하고 있다. 고급반은 홈페이지 작성, 유지 및 운영 관리 교육을 실시, 지역 주민의 자율적이고 지속적인 정보화 수준 유지를 꾀하고
있다.
교육과 병행하여 초고속 통신망과 PC보급을 통한 정보 인프라의 상자를 꽉 채우기 위한 컨텐츠의 개발도 주민들의 지원속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우선 마을별로 홈폐이지를 제작해 지역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강하면의 관광지, 숙박시설, 마을 행사, 문화재들을 적극 알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표고버섯, 키토산 함유 동충하초, 오리우렁농법쌀 등 지역특산물을 직접 판매하기위한 장터를 개설, 주민들의 소득 증대로 연계시키는 결실을 맺게되면 주민들의 호응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운신1리에 사는 변인중씨(41)는 “인터넷을 통해 표고버섯 등의 출하시기를 적절하게 맞출 수 있을뿐 아니라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가계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도농간의 지역격차의 상징이었던 교육 문제에도 도움을 줄 전망. 화상통화시스템을 구축, 교사와 학부모간 1대1 상담이 가능해지기 때문.
지운규씨(42·운신2리)는 “우리 집 아이들이 온라인 강의도 들을 수 있게 되면 비싼돈을 주고 멀리 학원 갈 필요가 없어 가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밖에 농민들이 농업기술원 연구원과 교육 및 상담을 실시간 받을수 있고 각종 행정서비스, 의료 서비스, 법률 상담, 은행 일 등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컨텐트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마을간 거리가 먼 강하면의 지리적 특성상 전자게시판과 마을별 커뮤니티는 주민들간의 빈번한 접촉이 가능해 지역화합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마을을 떠난 이들에게는 마을소식을 전할 수 있어 시골의 끈끈한 정을 이어주고 있다.
“컴퓨터로 서울에 있는 자식 목소리뿐 아니라 얼굴도 볼 수 있게 한시름 덜었다”는 장계영씨(50·여)의 표현처럼 이제 강하면에서 컴ㅍ퓨터는 생활속에서 뗄 수 없는 일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 정보통신담당관실 김귀영 행정정보담당은 “정보화 마을의 확산은 농촌 주민들의 소외감을 줄이고 도농간의 정보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교육을 통해 자체적인 정보 인프라 운영 능력까지 배양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인터뷰>인터뷰>
동호2리 신대용 이장.
-정보화 마을 추진 동기는.▲도농간, 학생간, 주민간 정보화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정보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게 됐다.
-처음 시작할 때와 현재 마을 분위기는.
▲처음에는 대부분 주민들이 모뎀 사용을 못하는 가정이 많아 정보를 접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인터넷 검색 및 정보 이용면에서 주민들이 반기고 있다.
-실질적인 효과를 든다면.
▲도시에 있는 자녀와 이메일 대화도 하고 표고버섯 농가 등 농민들은 웹 검색 및 인터넷을 이용, 농산물 가격 동향을 파악하여 출하 시기를 조절하여 수익을 올리기도 합니다.
-노인분들은 PC 활용능력 습득이 어려운데.
▲노인들은 PC자체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므로 인근 대학과의 협조를 받아 1대1교육을 실시했으면 합니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주민들의 PC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해 교육이나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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