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에 들어간다는 속담이 있다. 쉽게 내뱉은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여파를 몰고 오는가를 뜻하는 말이다. 평생동안 선(善)을 행하여도 잘못 된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그르치는 법이다.
조선시대 신숙주(申叔舟·1417∼1475)가 산정(刪定)한 <오예의(五禮儀)> 에 “입이란 좋은 말을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니,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도 혀의 힘을 따를 수 없다. 그러므로 옛사람들은 말 삼가기를 세번 다물어 봉하고, 입 지키기를 병마개 막듯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예의(五禮儀)>
전쟁이란 총칼과 포화로 치러지지만 실은 그 시작이 한 마디 말에 기인하는 것이다. 말을 삼가고 입을 조심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해당하지만 특히 소위 지도층은 더욱 말조심을 해야 된다.
정치인을 지도층이라고 지칭해야 되는지는 망설여지지만 23일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가 민주당을 ‘빨치산 집단’으로 비유한 것은 아무래도 지나쳤다. 이 총무는 파문을 의식, 곧바로 “파티잔(Partisan), 즉 집단이라는 파티(Party)의 의미지, ‘지리산 빨치산’은 아니다”고 순발력있게 해명은 했지만 어쨌든 표현이 부적절했다.
두산세계대백과에는 ‘빨치산(Partisan)’을 ‘유격전을 수행하는 비정규군 요원의 별칭’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도당, 일당, 당파적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파르티잔’은 프랑스어 ‘파르티(Parti)에서 비롯된 말로 당원, 동지, 당파 등을 뜻하는 말이지만, 현재는 유격대원을 가리키며, 스페인어에서 나온 ‘게릴라’와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빨치산은 정규군과는 별도로 적의 배후에서 통신·교통수단을 파괴하거나 무기와 물자를 탈취 또는 파괴하고 인원을 살상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빨치산’을 주로 6·25 전쟁 전에 지리산 일대 등에서 암약하던 공산주의 게릴라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이 총무의 ‘말’이 화를 불렀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려고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도 아닐텐데 일부 한국 정치인들의 ‘막말’은 가히 엽기적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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