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12월 대구∼마산간의 구마고속도로 개통식장에서다. 시승을 마치고 개통 테이프를 끊은 박정희 대통령은 아주 만족해 하면서 관계자들을 치하하자 누군가가 재빠르게 “다 각하의 홍복 덕분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누구란 지금도 이름을 대면 알만한 사람이다. 그러자 박 대통령의 곁에 있던 작은 딸이 고개를 돌려 냉소지으며 입을 삐쭉해 대는 것이었다. 그때도 반골 기질이었던 작은 딸은 벼슬아치의 아첨 말이 비위에 거슬린 빛이 역연했다.
“내 주변에는 아첨꾼들로 득실거린다”며 대통령이 각료들을 공개비난 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말이다. 외신보도가 전한 메가와티 대통령의 격노는 대단하다. 그녀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 때 ‘각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여겼던 관행이 시대가 변했는데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그따위 엉터리 보고는 듣지도 받기도 싫다고 질타했다. 메가와티 대통령은 농업관련 행사에 참석한 각료들에게 “상황이 나빠도 진실을 말하라”고 정확한 보고를 촉구했다. 또 2001년 어획량이 1998년의 360만t에 비해 450만t으로 크게 늘었다는 어업장관의 보고에 “이 또한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한 허위보고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판단은 참으로 중요하다. 아래 사람의 보고를 안믿을 수 없지만 진실이 아닌 엉터리 보고를 그대로 믿는 것도 대통령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변에 바른말 하는 측근보다 듣기좋은 말만 하기를 일삼는 이들이 많으면 더욱 그러하다.
중국 마늘의 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 불가 조항이 담긴 한·중 마늘협상 내용이 2년만에 공개돼 농업인들의 분노를 사고있다. 내년부터 중국 마늘 수입이 자유화되기 때문이다. 또 다국적 제약사 압력설이 거의 기정 사실화돼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다. 국내산보다 수십배나 비싼 외국계 회사만 이득을 보여준 결과가 됐다. 의료 수요자를 위한다던 의약분업에 파업등 그토록 심한 고통을 겪게 해놓고 결국은 엄청난 수요자 부담만 가중 시켰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보고하는 사람과 보고받는 사람의 잘못가운데 보고받는 사람의 잘못이 더 크다. 우리의 대통령은 측근의 아첨을 질책한 적이 한번도 없다. 아첨꾼은 분명히 득실거리는데….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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