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주범?

白山

막 뜨는 남자 가수가 있었다. 방송 출연을 위한 리허설 중간 중간에 쉬는 풀죽은 모습이 연습때 무대에서 보여주는 열정적 면모와는 영 판이했다. 이리저리 달래며 캐물었다. 간간이 한마디씩 토하듯이 한 말을 간추리면 이랬다. 소속 기획사에서 돈을 제대로 안준다는 것이다. PR비 명목으로 수익금 거의 전액을 챙겨간다는 것이다. 방송에 이처럼 파김치가 되도록 하루종일 연습해가며 출연해봐야 출연료 한푼 안돌아 온다는 것이었다. 남자 가수뿐만이 아니다. 한 여가수는 주먹 출신의 매니저와 동거를 강요당하다시피 했다.

이런 남녀 가수가 기획사나 개인 매니저의 횡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그들이 방송출연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요계에서 뜨려면 방송을 타야하는 아킬레스적 약점을 교묘히 악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가수 등 연예인들이 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그땐 이런 일이 많았다. 지지대자가 방송담당 기자였을 때니까 벌써 20년이 다 돼간다.

이런 악폐가 아직도 시정되지 않은 것 같다. 검찰이 연예계 비리에 대해 전면수사의 칼을 빼든 것을 보면 시정은 커녕 더욱 심화한 모양이다. ‘연예계의 고질적 금품수수비리 및 상납관행, 연예기획사와 방송 편성책임자 및 PD와의 유착관계 등 구조적 비리의혹에 대한 집중수사’등의 신문 보도내용을 보면 심상치 않다. 이른바 PR비로 음반 한장당 3억원을 썼다니 엄청난 착취에 엄청난 상납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연예계 비리에 가장 주목되는 게 방송의 기능이다. 방송의 공공성을 사유물화한 연예담당 PD나 편성책임자는 대중의 스타는 내 손으로 만든다는 오만에 찌든 군상들이다. 시청자는 어차피 보여주는대로 길 들여 진다는 독선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들이다.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을 보면 항상 그 얼굴이 그 얼굴들인 것도 이에 연유한다. 오락프로그램의 품질이 갈수록 저질인 것 역시 이에 연유한다. 연예계 비리를

방송이 부추긴 것은 결국 방송사의 책임이다. 연예계 비리가 이토록 고질화한 것 또한 방송사의 책임이다. 검찰은 연예계 비리의 근절차원에서 전면수사에 나선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방송사의 자정의식이 앞서야 한다. 이런 자정의식이 없고서는 일부의 연예담당 PD들 탓으로 돌릴 수 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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