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복싱

淸河

한국 유일의 세계프로복싱 챔피언 최요삼 선수가 지난 6일 서울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특설링에서 멕시코 호르헤 아르세와 가진 세계복싱평의회(WBC)라이트플라이급 타이틀 4차 방어에 실패했다. 6회 1분 22초만에 KO로 진 최요삼은 이로써 지난 1999년 10월 왕좌에 오른 2년 9개월만에 타이틀을 잃었다. 최요삼이 타이틀을 상실함으로써 한국은 단 한명의 세계챔피언도 없는 ‘무관의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복싱은 1980년대만 해도 세계챔피언을 6명이나 보유했고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는 전체급을 석권하며 프로복싱·야구 모두 황금기를 누렸었다. 한국복싱이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면서부터다. 사회전반에 만연했던 ‘3D 기피현상’이 스포츠에도 번졌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유달리 힘든 훈련과 김기수·홍수환 선수가 이름을 날리던 시절에 비해 시장성이 크게 위축됐고 유망선수들의 복싱외면으로

하향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IMF한파로 다시 복싱바람이 불어 1999년 백종권 (WBA·세계복싱협회 슈퍼페더급), 조인주 (WBA슈퍼플라이급), 최요삼이 세계챔피언에 등극,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백종권·조인주에 이어 최후의 보루였던 최요삼마저 챔피언 자리에서 물러나 한국복싱은‘노 챔프’의 암흑기를 맞았다.

사실 한국프로복싱의 하락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꿈나무 발굴 실패, 엷어진 선수층, 대형스타 부재, 팬들 외면의 악순환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최요삼도 WBC챔피언에 오른 이후 매번 스폰서를 구할 수 없어 한때 13개월이나 링에 오르지 못해 타이틀 박탈 위기에 몰린 적도 있었다. 이번 4차 방어전은 쫓기듯 치른 것과 마찬가지다.

최요삼은 “3차 방어에 만족하며 복싱계를 떠나겠다”고 은퇴를 선언해 아쉬움이 더욱 크다. 요즘 프로복서 김득구의 치열한 삶을 그린 영화 ‘챔피언’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복싱이 부활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노 챔프 시대’를 맞았다. 한국의 축구와 골프가 전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비해 프로 복싱은 암흑기에 처해 씁쓸하다. 오는 9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복싱을 부활시킬 챔피언들이 등장할 것을 기대하는 바람으로 위안을 삼아야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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