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白山-

국내 법률가운데 가장 짧은 전문 60여자로 된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 다음으로 전문 120여자인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있다. 전문 2조로 3·1절(3월1일), 제헌절(7월17일), 광복절(8월15일), 개천절(10월3일)을 국경일로 정하고 있다.

국경일은 공휴일이다. 노는 것은 잘 지키면서 국기, 즉 태극기 게양은 좀처럼 안하는 게 언제부터 생긴 풍조인지 잘 몰라도 우리 사회가 그런 실정이다. 국기 게양을 안한 집보다 게양한 집을 헤아리는 게 훨씬 더 쉬울 정도다. 이토록 가까이 하기에 인색했던 태극기가 인파속에 물결 넘치듯 한 게 월드컵 응원 군중이었다. 태극기를 맞잡거나 들고, 심지어는 몸에 휘감고도 모자란듯 얼굴에 까지 그려넣곤 하였다. 나라사랑 마음이 이토록 넘쳤던 것은 월드컵 승전보의 감격이 자극제였던 건 사실이나 평소의 잠재정서가 폭발된 것으로 보아져 무척 고무되는 현상이었다. 국내에서는 무심히 보았던 태극기였지만 외국에서 보면 새삼 가슴 뿌듯한 나라사랑을 느끼는 것도 역시 같다할 것이다.

정부가 태극기의 국민생활속 관심을 드높이기 위해 국기사용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모양이다. 태극기로 예컨대 모자나 치마 등도 만들고 각종 물품의 문양으로 활용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위해 종전에는 ‘국기의 품위 손상’으로 규정해 왔던 것을 ‘현저히 손상하지 않는…’으로 관련 법규를 완화 개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관련한 법규로는 ‘국기에 관한 규정’의 대통령과 국무총리 훈령 등이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기를 헌법에 규정해 놓고 있다. 국기(169조) 뿐만이 아니다. 국장(168조) 국가(170조) 수도(171조)까지 헌법에 명시해 놨다.

정부의 이같은 태극기 사랑의 생활화 실천방안은 월드컵 축구대회를 계기로 고양된 국기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한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국기의 존엄성은 멀리 두고 보는 것보단 가까이 두고 접촉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또 기왕이면 태극기를 마음 속에만 품는 것보다는 마음 밖으로 고양하는 것이 더 좋다. 우리는 박수를 치고 싶으면서도 참는 때가 많은 국민성을 지녔다. 태극기 게양도 역시 비슷하다. 이제는 국경일에 마음속의 태극기를 꺼내어 집 대문에 게양하는 노력을 가졌으면 한다. 월드컵 나라사랑 때처럼 당당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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