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박사 淸河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통계 연보를 보면 1992년 한해 33개에 불과하던 명예박사 학위 수여건수가 1997년 98개, 2001년에는 137개로 급증했다. 2001년 수여된 137개 명예박사 학위 중 절반가량인 65개가 정치인의 몫인 정치학(18개) 분야와 성공한 기업인이 대부분인 경영학(47개) 부분에 집중돼 있다. 명예박사 급증은 1993년 교육부의 명예박사학위 공적심사위원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심사위가 없어지자 정치권에서 유력인사들 사이에 명예박사 학위 받기가 유행이 됐다.

김영삼 정권 당시 실세였던 박관용 최형우 황낙주 황명수 김정수씨 등이 잇달아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김대중 대통령(경희대, 고려대), 이희호 여사(이화여대, 덕성여대, 동아대), 권노갑 민주당 전 고문(경기대, 명지대, 제주대), 김홍일 국회의원(배제대, 목포대), 한화갑 민주당 대표(한남대, 한국항공대)가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들 가운데 김홍일 의원은 몽골과 중국에서도 명예박사학위를 받아 총 4개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취임초기 자신의 관내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게 관행처럼 돼있다. 이원종 충북지사(충북대), 김혁규 경남지사(경상대) 등이 각각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지자체 단체장이 부임하면 은근히 명예박사 수여에 대한 압력이 들어온다. 대학으로서도 각종 지원을 따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에 마다하지 않는다”는 한 대학 관계자의 말이 석연치 않다.

‘명예박사학위는 어른들의 기부금 졸업’이라는 말도 있다. S그룹 L회장은 2000년 서울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후 80억원을 기부했고 L사의 O사장은 한국해양대에 150억원 가량의 시스템을 지원하고 명예박사가 되는 등 돈 많은 사람들이 큰 돈을 대학교에 내고 명예박사가 됐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그러나 지난 2일 가톨릭대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임권택 영화감독과 3일 세종대에서 명예체육학박사 학위를

받은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공감, 축하해줬다. 과연 명실상부한 명예박사다. 임권택 감독은‘전남 숭일중 3년 중퇴’가 최종학력이어서 더욱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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