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난 얘기지만 모아 되새김 한다. ‘왼팔로 부상전우 안고 필사의 응사’ ‘자동포 사수, 방아쇠에 손가락 건채 숨져’ ‘副長, 다리 절단되고도 끝까지 전투지휘’ 중상 부정장 ‘나보다 정장님을 구하라’ ‘지휘관 잃었어도 임무 충실’ ‘왼손가락 잘려 나간 병사 오른 손으로 탄창 갈며 응사’ ‘교전 1,2분새 실탄 1000발 모두 발사’ ‘포탄 한발도 안남기고 퍼부어’ 서해 격전 20여분의 참상을 전한 제목들이다.
뒷소식이 또 가슴을 치미게 한다. ‘가을에 결혼식 올리려 했는데’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엄마 왔다! 일어나 보거라!!’ ‘아버지 아들 다 북에 뺏겨 납북어부 2세 통곡’등 전몰장병 유족들의 피맺힌 절규다. 어민들도 오열한다. ‘친자식 같은 병사들이… 어민들 침통속 분향소 찾아 애도’등. 비극이다. 왜 우리의 젊은이들이 저들 동족의 도발에 이토록 희생돼야 하는가 정말 분통이 터진다.
군대에 안갔으면 참극의 그날도 월드컵 길거리 응원 나가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태극기 물결속에 소리 높여 외쳐댔을 W세대다. 국방의 병역의무를 다하다가 서해에서 산화한 이들 가운데는 침몰된 고속정에 그대로 있어 아직 시신조차 수습지 못하고 있다. 누구의 아들이랄 것 없이 다 귀한 우리의 아들이다. 소중한 젊은 목숨이다. 장렬한 최후의 소식을 들으면서 생각나는게 있다.
평소 요즘의 군인들은 나약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게 다 틀렸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육체적 고통도 잘 못견디고, 심약하고, 마마보이들이 많다는 소릴 들었다. 세상 시류가 달라지므로 군대도 몇십년전 같지 않는 면이 더러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서해 장병들은 임전태세에선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6·25 한국전쟁을 치른 아버지나 할아버지 못지 않게 용감했다. 죽음의 사선에서 투철한 군인정신을 보여주는 것 만큼 더한 애국은 그 어디에도 없다. 정치인이 입으로 하는 ‘애국’의 천만 마디도 이 앞에선 부끄럽다. 젊은이들이 더 희생당하는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방은 튼튼히 다져야 한다.
서해교전은 우리 신세대 국군 장병들을 믿어도 된다는 교훈을 국민에게 실증적으로 보여 주었다. 전몰 장병들에 대한 영결식을 갖는다. 삼가 애도하며 명복을 빈다. 아울러 전상 장병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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