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세태가 점점 더 무서워진다. 예를 들면 택시 기사는 승객이 무섭고 승객은 택시 기사가 무섭다고 한다. 하도 희한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이토록 서로가 무섭게 됐다. 사람 사는 게 이런 것이 아닌데 어쩌다 이리 각박하게 돼버렸는지 위정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신용카드란 생활편의를 위해 참 좋은 것이다. 신용사회의 발달을 이끈다. 그런데도 신용카드가 마치 범죄의 요인인 것처럼 지탄받을 때가 있다. 카드빚 때문에 자살하고, 카드빚 때문에 도둑질하고, 카드빚 때문에 살인하는 예가 잦은 탓이다. 신용카드는 원래부터 잘쓰면 양약이고 잘못쓰면 독약이다. 신용카드를 잘못 썼으면 잘못 쓴 사람의 책임이지 카드를 타박할 일은 못된다.

그러나 이런 건 생각할 수 있다. 신용카드사가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한 것은 카드사의 큰 잘못이다. 미성년자 그리고 사회인이라도 신용이 의심되는 사람에게까지도 일단 카드를 내주고 보자는 식의 발급은 신용사회의 발달을 저해한다. 이 때문에 선량한 이용자들이 골탕을 먹는다. 미성년자나 신용이 의심되는 사회인에게까지 발급함으로써 손실을 보는 위험부담을 선량한 이용자들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카드 이용 수수료가 외국보다 턱없이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드빚으로 인한 비극이 많았지만 얼마전 발생한 위장택시 살인범 행각은 정말 모골이 송연하다. 택시로 잘못 알고 탄 여성 5명을 사흘동안에 잇따라 죽인 범인들 또한 800만원의 카드빚 때문에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정말 어리석기가 짝이 없다. 그래봐야 얼마를 털었는가, 겨우 수십만원씩을 빼앗기 위해 인생을 망치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그들의 젊은 나이가 아깝다. 수십만원이 아니고 수백만원씩을 빼앗는다 해도 어찌 젊은 인생을 그토록 망칠 수 있을 것인지 잘 생각해볼 일이다. 카드는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잠언적 속담을 잘 새겨 써야 하지만, 기왕 진 갚을 수 없는 카드빚을 갚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고 갚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차라리 떼어 먹는게 낫다.

빚은 나중에라도 갚을 수 있지만 인생은 한번 망치면 그만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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