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감상법

‘인권을 무시하느냐’고 한다. 인권은 무시할 수 없다. ‘인격을 무시하느냐’고 한다. 인격은 무시할 수 있다. 인권은 빈부의 차이, 문화의 차이, 출신의 차이 등을 가리지 않고 균등하다. 인권은 타고나는 선천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이다. 그 무엇도 인권은 박탈할 수 없는 자연권이다.

이에 비해 인격은 다르다. 빈부, 문화, 출신의 차이에 따라 다소간에 영향이 있어 차등하다. 인격은 가꾸는 후천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이다. 그 무엇도 인격은 절대시 할 수 없는 형성권이다.

인격은 이래서 복잡 다양하다. 자신의 인격은 자신이 가꾼다. 타인이 자신의 인격을 가꾸어 줄 수는 없다. 인격은 타인의 평가에 의해 가치가 인정되는 상대적 도덕률이다. 이 때문에 남의 인격을 박탈할 수 있고 또 개인적으로 박탈 당할 수가 있다. 인격의 기초적 요인은 인간적 품성이다. 승용차 종류가 무엇이냐 하는 차격(車格), 권리의 유무를 존중시 하는 권격(權格), 돈의 다과를 따지는 전격(錢格), 미모와 체구를 중히 여기는(體格), 집안의 내력을 자랑하는 가격(家格) 등이 인격인 것은 아니다.

인격에도 종류가 있다. 학문적 인격, 윤리적 인격, 사회적 인격 등 이밖에도 많은 분류가 가능하다. 또 개인적 인격과 대중적 인격으로도 구분할 수가 있다. 하지만 누구든 아무리 고매한 인격자일지라도 모든 인격적 요소를 다 소유할 수는 없다. 인간으로써 불가능한 일이다.

고상한 인격자로 알았던 사람에게 막상 실망을 가져오는 결함을 이래서 발견하곤 한다. 그렇지만 그같은 기대는 애초에 있을 수 없는 환상이다. 인격은 어디까지나 상대적 개념이지 절대적 개념이 될 수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사회는 개개인이 지닌 인격의 장·단점이 상호보완 해가면서 공동체 생활이 영위된다. 다만 피라밋 구조 같은 지도계층의 상층부로 올라갈 수록 고도의 사회적 인격, 대중적 인격, 윤리적 인격이 요구되는 건 사실이다. 지도계층의 상층부가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데서 사회병리 현상이 출발하고 귀납된다. 심지어 개인적 인격에 속하는 기초 품성마저 의심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의 인격을 능히 무시할 수 있는 현실은 국가사회의 불행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