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참조기를 소금에 약간 절여 통째로 말린게 굴비다. ‘굴비 엮듯이 한다’는 속담이 있다. 지푸라기로 굴비를 한 줄에 열마리씩 엮은 두 줄을 한 묶음 단위로 시렁같은데 걸어놨다. 점심때 물 만 꽁보리밥을 시렁에서 빼낸 굴비를 부러뜨려 조각 내가며 고추장에 찍어 먹곤하였다. 그 무렵의 굴비는 이처럼 단단한 것이었다. 지금의 눅눅한 굴비는 사실상 조기이지 굴비가 아니다.

50여년전이다. 가세가 넉넉지 못했던 집안인데도 굴비는 자주 먹을 수 있었다. 지금처럼 귀하지 않고 흔했기 때문이다. 홍어 역시 그땐 장에 가면 흔해빠진 천한 생선이었던 게 지금은 좀처럼 먹을 수 없게 됐다. 이도 생태계의 변화인지, 자연의 조화속은 참으로 알 수 없다.

영광굴비가 국산 참굴비의 대명사처럼 됐다. 전국에 보급되는 영광굴비가 다 영광에서 생산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근해에서 잡은 참조기를 영광 바닷 바람으로 말려도 영광굴비의 맛이 난다고 한다. 같은 바닷 바람인데도 이처럼 지역에 따라 다른 게 자연의 조화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중국산 굴비도 그렇다. 가령 공해상에서 우리 어선이 잡으면 국산 굴비가 되고 중국 어선이 잡으면 중국산 굴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산 굴비는 말린 바닷바람이 달라서인지 아무래도 국산 굴비보다 맛이 덜하다. 또 육지에 토양과 기후의 특이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다 또한 바닷속의 특이성이 없지 않다. 예컨대 칠레산 수입 홍어는 진짜 홍어인데도 맛이 덤덤한 게 감칠 맛 나는 국산 진짜 홍어를 당해내지 못한다.

민어과에 속하는 참조기는 입에 홍색을 띤 점이 있으며 몸이 길고 두께가 얇고 폭이 넓으며 꼬리자루가 길고 가늘다. 떼를 지어 회유할 때는 수면위로 곧잘 뛰어 오르고 마치 개구리 떼가 우는 듯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겨울에는 제주도 서남쪽 따뜻한 바다에서 월동한 뒤 북상하기 시작하여 3월 하순에서 4월 중순경엔 전북 부안 위도 부근에 이른다. 이어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 연평도 근해에 크게 어장을 형성한다. 6월 상순엔 압록강 대화도 부근, 하순에는 발해만까지 올라간다.

조기철이 됐지만 옛 맛을 지닌 굴비는 역시 맛볼 수 없을 것 같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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