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값

그림값

최근 최고의 작품가격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된 서양화가 박수근(朴壽根·1914∼1969)은 경제적으로 매우 가난한 일생을 보냈다. 강원도 양구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할 무렵 가세가 몰락하자 진학을 포기하고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18세 때인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수채화 ‘봄이 오다’가 입선된 이후 1936년부터 1944년의 마지막회까지 조선미술전람회의 공모출품을 통하여 화가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1952년 월남, 대한민국 서울전람회와 대한미협전을 통해 작품활동을 계속하였다. 195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추천작가가 되었으며, 1962년에는 심사위원이 됐다.

박수근의 작품은 ‘절구질 하는 여인(1952년 作)’, ‘빨래터(1954년), ‘귀가(1962년)’ ‘고목과 여인(1964년) 등에 나타나 있듯이 가난한 농가의 정경, 서민들의 평범한 생활정경을 일관성 있게 담았다. 풍부한 시정과 향토색 짙은 박수근의 작품은 붓과 나이프를 사용하여 자잘하고 깔깔한 물감의 층을 미묘하게 거듭 고착시켜 마치 화강암 표면같은 바탕을 창조했다. 그 위에 독특한 감흥을 주는 굵고 우직한 검은 선으로 형태화를 단순화시켜 한국적 정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수군의 작품은 그가 죽은 뒤에 서서히 알려졌다. 1965년 10월 중앙공보관에서 열렸던 유작전과 1970년 현대화랑에서의 유작전을 계기로 재평가돼 유화로서 가장 한국적 독창성을 발휘한 화가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박수근의 작품값은 국내 미술경기가 최절정에 달했던 1980년 말∼1990년 초 가격인 호당 1억원 선을 훨씬 넘어섰다. ‘앉아있는 여인’이 4억6천만원이었고 지난 3월28일 서울옥션하우스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1958년 작 ‘초가집(30×15㎝)’이 4억7천500만원에 낙찰됨으로써 현대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또 한번 경신했다. 박수근의 작품은 200여점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의 작품을 소장한 사람들은 “경기가 더 좋아지면 내놓겠다”고 한다. 미술작품이 재산목록이 되고 박수근·김환기·이중섭 등 몇몇 사람들의 작품이 고액인 것은 좋으나 살아 있는 수 많은 다른 화가들의 그림값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은 안타깝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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