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노무현

내일 출발하는 임동원 특사의 방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추진이 최대 과제일 것으로 안다. 남북관계의 현안을 푸는 계기를 김위원장의 서울 방문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차 정상회담으로 국내외의 관심을 크게 모아 레임덕을 극복하려는 의도 또한 가질 수 있다.

평양을 다녀온 메가와티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남측과 이른 시일 안에 대화가 속개되기를 희망한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말한 것으로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위원장은)대통령을 계속 뵙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메가와티의 전언에 토를 달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꼽는 게 남북관계 개선이다. 노무현씨는 며칠 전 전북지역 지구당 간담회에서 “대북정책은 남북간 신뢰 증진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DJ의 대북정책은 이 관점에서 하나의 빈 틈 없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씨의 정치적 견해는 그의 자유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음모론이 제기된 마당에 매우 중대한 발언이다. 만약 그가 ‘김심’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이념 성향의 승계로 보아진다. 무엇보다 DJ로서는 자신의 대북정책(햇볕정책)을 가장 확실히 이어받을 수 있는 후계자를 원하는 관측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누구든 남북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방법에 있어서의 차이를 두고 독점된 대북정책인 것처럼 오도해서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예컨대 유연한 상호주의나 엄격한 상호주의나 평화지향의 목표는 다 같다. 그간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에게 설명되지 않은 돌출적 독단을 일삼은 데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혹시 이루어지면 ‘김심’의 후계자를 뜨게 만드는 정치적 잠수 효과의 노림 또한 없지 않을 것 같다.(경선에서 탈락하면 또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메가와티가 비록 희망적 전언을 했다지만 결과는 임동원 특사가 막상 가봐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반응이 무척 궁금하다. 미국이 겉으로는 특사 방북을 환영하면서 속으로는 왜 걱정하는지도 알고 싶다.

/白山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