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성골은 부모가 다 왕실인 근친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 진덕여왕까지 28대 왕이 성골이다. 신라는 992년 동안에 56대 왕이 재위했다. 고려왕실 또한 근친결혼이 성행하였다. 무려 28명의 아내를 두었던 태조 왕건의 후손들끼리 많은 근친결혼을 했다. KBS드라마 ‘제국의 아침’에 나오는 왕규는 태조와 그의 아들 혜종의 장인이다. 부자가 왕규의 딸을 취한 것이다. 이 무렵은 또 아내를 수 명씩 두기가 예사여서 근친결혼은 더욱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곤 했다.
태조의 셋째 비 유씨 소생의 흥방공주는 여섯째 비 류씨 소생의 원장태자, 그러니까 이복 남매끼리 결혼했다. 넷째 비 황보씨 소생의 공주는 셋째 비 유씨 소생의 태자(4대왕 광종)와 결혼했다. ‘고려사열전-공주조’는 이밖에도 태조의 아홉 공주가 다 이복 남매끼리 결혼한 것으로 전한다.
이만이 아니다. 2대왕 혜종의 공주 경화궁부인은 4대왕 광종의 둘째 비가 됐다. 광종은 태조의 셋째아들로 셋째 비 소생이며 혜종은 광종의 이복형이 되므로 숙질간에 결혼한 것이다. 또 3대왕 정종의 공주는 태조의 열하나째 비 소생인 효성태자에게 시집갔으므로 이 역시 숙질간의 결혼이었다. 근친결혼의 예는 이밖에도 허다하다.
사가들은 고려 초기 태조가 여러 지방의 토호 세력과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정략결혼의 다처주의, 그리고 외척등 외세배제를 위한 철저한 왕권주의 관념이 이같은 근친결혼을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왕은 상징적 존재인데도 지금의 왕인 아키히토(明仁)의 아버지 되는 히로히토(裕仁)까지만 해도 근친결혼을 했다.)
아무튼 이로인해 민간에까지 파급됐던 근친결혼이 엄격히 금지된 것은 유교가 생활화한 조선조 들어서였다. 근친결혼은 기형아를 낳는 등 좋지못한 유전 요인을 지녔다는 것이 우생학의 통설이다. 서로 먼 혈족끼리 생산되는 자녀일수록 유전적 우수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혼혈아들의 두뇌가 비교적 좋은 게 이 때문이다.
현행 민법은 ‘남매 혈족의 배우자, 부의 혈족 및 기타 8촌 이내의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의 관념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게 고려 왕실의 근친결혼이다. KBS드라마 ‘제국의 아침’시청자들 가운데 혹시 의아심을 가질 수 있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추려 설명해 보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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