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학대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1992년 이후 결혼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반면 이혼이 늘고 있다. 따라서 재혼도 급증한다. 2000년 현재 우리 나라의 결혼한 3만4천쌍 중 부부 한 쪽 또는 양쪽이 재혼인 경우는 13.1%이다. 그러니까 7∼8가정 중 한 가정이 재혼 가정인 셈이다. ‘사람 싫은 것 처럼 지겨운 게 없다’고 한다. 아들 딸 낳고 살던 부부가 싫어져서 이혼하는 건 자유다. 문제는 각각 다른 남자와 다른 여자를 만나 재혼한 후의 가정생활이다. 가정법률상담소의 이혼상담 중 재혼부부의 상담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면 재혼가정이 모두 행복한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이혼을 한 남녀들이 성공적인 재혼을 하려면 전 배우자와의 법적 이혼은 물론 정서적·경제적·심리적으로도 완전히 이혼해야 할 것이다. 상대의 과거 결혼생활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는지, 전 배우자에 대해 감정적인 정리가 잘 돼 있는지, 친자녀와 계자녀를 편애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등의 자문자답을 하고 자신이 생겼을 때 재혼해야 한다. 특히 전처, 전남편의 자녀양육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신뢰와 애정이 있어야 한다. 재혼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계부·계모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계부·계모의 눈물겨운 자식사랑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어느 젊은 계모의 전처 딸 학대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쇠젓가락을 가스레인지에 가열한 뒤 일곱 살짜리 어린이의 어깨와 등을 지졌다고 한다. 가열된 다리미로 어린이의 손등과 발등을

지졌다고 한다. 어린이를 세탁기에 집어 넣고 물을 틀어 돌렸다고 한다. 계모가 들이대는 뜨거운 쇠젓가락과 다리미 앞에서 공포에 떨었을 어린이를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아버지가 한 집에 살았을텐데 과연 몰랐나?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계모가 전처의 어린 자녀를 학대하고 계부가 전남편의 딸을 성폭행한 끔찍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어린이가 생모를 닮았다는 이유로 저지른 이번 만행은 끔찍스럽다. 우리 나라의 고전 ‘장화홍련전’에 나오는 계모도 이 보다는 덜했을 것이다. 재출발하여 스위트홈을 이룬 많은 재혼가정들에 누를 끼친 어린이 학대는 무지몽매한 부모 탓이다. 겁에 질린 어린이의 눈빛이 자꾸 떠올라 가슴이 어둡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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