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官들

먹고 살기에 바쁜 서민들로서는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증가가 무슨 요술처럼 보인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된 594명 가운데 468명의 재산이 늘었다. 1년에 단돈 몇백만원을 저축하기가 빠듯한 서민의 가계소득으로는 수억, 수십억원씩 늘어난 재산증식이 마치 꿈속같은 얘기로 들린다. 예금액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토록 엄청난 이자가 붙었으며, 주식투자를 얼마나 잘 했기에 그토록 이윤을 보고, 무슨 채권이 그리 많아서 이식을 보았다는 것인지 도시 서민생활 양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설령 재산이 늘지않고 그대로거나 줄었다 하여도 기본이 수십억, 수백억원대의 재산가들이니 그들 역시 서민들과는 다른 딴세상의 생활을 누리고 있다. 재산공개에 부모나 자녀의 재산에 대한 고지거부 내용이 많은 것을 보면 고관대작들의 실재산은 신고액보다 더 많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고 해 안한 것이니 안했다 하여 탓할 수는 없지만 재산공개의 취의에 비추어 보면 해야하는 게 도리인 것이다.

하긴, 김대중 대통령부터 아들들 재산을 전혀 공개치 않았으니 다른 고관들을 나무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나저나 아태재단이 아무리 재단법인이긴 해도 노벨평화상 상금 11억222만원을 주머니돈이 쌈지돈 같은 아태재단에 내놓고 대통령의 재산이 준 것으로 신고된 것은 글쎄 국민들이 어떻게 볼 지 모르겠다. 노벨상 상금이 궁금하긴 했다. 평화사업이나 사회사업에 기증할 줄 알았던 상금을 지난해엔 수입으로 잡아 그러는가 싶었는데 언제 또 아태재단으로 돌린 것인지 이번 발표로 처음 알았으니 말이다.

어떻든 고위공직자 처놓고 부자가 아닌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참 희한하다. 청백리니 청빈이니 하는 공무원상은 이제 전설속의 옛날 얘기처럼 된 것 같다. 대체로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재를 잘해서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인지, 아니면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이재를 잘하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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