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原春八景

어떤 지역의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소개할 때는 거의 여덟 곳을 칭송한다.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에서 비롯된 말이다. 소상은 중국 호남성(湖南省) 동정호(洞庭湖)의 남쪽에 있는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의 병칭으로 그 부근에 유명한 팔경이 있다.

평사낙안(平沙落雁)·원포귀범(遠浦歸帆)·산시청람(山市晴嵐)·강천모설(江天暮雪)·동정추월(洞庭秋月)·소상야우(瀟湘夜雨)·연사만종(煙寺晩鍾)·어촌석조(漁村夕照)가 소상팔경이다. 우리나라 관동팔경(關東八景)이 있듯이 전국 각 지역마다 팔경이 있다. 수원시에는 ‘수원팔경’ ‘수원춘팔경’ ‘수원추팔경’이 있다.

수원춘팔경(水源春八景)은 ‘화산서애(花山瑞靄)’로부터 펼쳐진다. 사도세자와 정조대왕의 융릉·건릉이 있는 안녕리 소재 화산에 진달래꽃이 만개하고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비경이다. 수원의 진산 광교산에서 발원한 수원천을 예전에는 망천(忘川) 또는 유천이라고 불렀다. 맑은 유천이 화홍문 일곱수문을 거쳐 버드내(세류동)지역을 흐르면 봄빛 완연한 버드나무 가지가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맑게 갠 날 물안개와 어우러진 절경이 ‘유천청연(柳川晴烟)’이다.

꽃놀이가 한창인 오교(매향교) 풍경은 ‘오교심화(午橋尋花)’, 장안문과 영화역 사이에 심어진 뽕나무 숲 풍치는 길야관상(吉野觀桑)이다. 관길야는 장안문과 영화역 사이의 옛 지명이다. 복원을 앞둔 화성행궁의 정문 신풍루 누각에서 유생들이 향음주례(鄕飮酒禮)를 행하는 광경은‘신풍사주(新豊社酒)’이며 농요소리가 흥겹게 들려오는 대유평은 ‘대유농가(大有農歌)’다. 현 수성고등학교와 수원상공회의소가 있는 정자동 지역의 들판을 대유평이라고 불렀다. 주택이 들어서기 전 정자동 지역은 기름진 들판이었다.

말들이 뛰어노는 영화역 풍경은 ‘화우산구(華郵散驅)’라고 칭송했고 연꽃사이로 물새가 떠다니는 정경은 ‘하정범익’이라고 했다. 물새들이 떠다니는 연못이 어느 곳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만석거나 서호인 듯 싶다. 경칩이 다가오는 요즘 봄빛이 완연하다.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200여년 전 명명했을 수원춘팔경이 부활됐으면 좋겠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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